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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지역 '김해공항 확장' 반발 기류 다소 누그러져

중앙일보 2016.06.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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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백지화에 항의하는 뜻에서 1면을 백지로 발행한 매일신문.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을 벌여온 영남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이란 제3안을 내놓자 지자체 간 입장 차이가 나타나서다. 경제성을 내세운 정부의 결정에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하는 것도 운신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남 밀양 신공항을 희망해온 대구시는 22일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공항 관련 대책회의를 따로 열지 않았다. 김승수 행정부시장 주재 간부회의에서도 ‘신공항’이란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미 밝힌 것처럼 정부의 용역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며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의 방안이란 결론이 나온다면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김해공항을 확장하려면 돗대산·신어산 등을 깎아야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김해공항 확장이란 결론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구시의 이 같은 행보는 울산과 경남이 정부 방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운 영향이 크다. 부산을 제외한 4개 지자체가 뭉쳐 밀양 신공항 유치에 나섰지만 균열이 생긴 것이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도 비슷하다. 발표 당일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함께 활동한 4개 지자체 중 울산·경남이 빠지면서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수산 추진위 사무총장은 “울산시와 경남도가 수용키로 했지만 시민단체인 우린 입장이 다르다”며 “내일 4개 지자체의 운영위원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정부가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 김모(55·회사원)씨는 “김해공항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해 밀양과 가덕도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결론을 낸 것은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공항 유치전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가덕도를 민 부산도 비슷한 분위기다. 22일 오전 부산시청 2층 외부에 마련된 흡연실. 간부 공무원 여러 명이 담배를 피우며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발표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한 공무원은 “평가 내용을 보면 가덕 신공항이 그렇게 점수가 낮을 줄 몰랐다”며 “밀양 신공항이 됐으면 큰일날 뻔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다른 한 공무원은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 건설수준으로 확장하는 것 같다”며 “가덕신공항 대신 확장될 김해공항을 부산공항으로 해 이름을 찾아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받았다.

시청 주변에서는 용역결과를 근거로 “밀양으로 뺏길 걸 시민 힘으로 되찾아왔다”“김해공항 확장으로 절반의 승리는 거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이를 근거로 가덕 신공항 유치 실패 때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거취에 대해 “사퇴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뭔가 입장을 정리해 발표를 하기는 해야한다”고도 했다.

정반대 평가도 있다. 시민 장모(55)씨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부산시가 개발 중인 에코델타시티까지 소음영역이 확대되면서 부산시의 서부산권 개발계획이 완전히 틀어진다”며 “서 시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공인들은 여전히 김해공항 확장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중앙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 알기를 개떡같이 안다. 그동안 김해공항 확장이 가능했다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가덕 신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서부산개발사업으로 추진하는 에코델타시티와 명지신도시 조성지역까지 소음이 확대된다”며 “일본에 민자공항을 건설한 사례가 있어 민자공항 건설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김해공항 확장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가덕신공항 추진 강행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1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가덕신공항유치 범시민운동본부 박인호 공동대표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등 김해공항 확장 절차에 들어가면 가덕신공항 건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향후 대책을 단체 관계자들과 의논하고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은 세 차례 폐지됐던 안 아니냐”며 확장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김해공항이 부산 강서구에 있고 가덕도도 강서구여서 김해공항 확장 개념을 넓혀 가덕공항을 건설하면 되지 않느냐”는 안을 내기도 했다.

한편 대구 매일신문은 이날 1면을 백지 상태로 발행했다. 광고도 싣지 않았다. 지면 하단에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글만 실었다. 매일신문은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가슴이 무너지고 통분에 떠는 대구경북 시도민의 마음을 헤아려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대구·부산=홍권삼·황선윤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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