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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8쪽 공보물을 12쪽 가격으로 계약

중앙일보 2016.06.22 02:17 종합 8면 지면보기
국민의당이 지난 3월 12쪽짜리 비례대표 공보를 제작하기 위해 인쇄업체들로부터 받았던 견적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비싼 가격에 8쪽짜리 공보를 만들어 4월 총선 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부풀려 특정 업체에 일감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관련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컴에 21억 줘 4억 부풀리기 의혹
기획비도 선관위 기준의 100배 지불

김수민(30·비례대표 7번)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 이전에 국민의당의 상징인 PI(Party Identity) 개발을 맡았던 홍보기획사 브랜드앤컴퍼니가 지난 3월 2일 국민의당에 제출한 비례대표 공보 제작 견적서를 21일 본지가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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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브랜드앤컴퍼니 측은 12쪽짜리 공보 제작 비용으로 23억9373만원(부가세 포함)을 써냈다. 국민의당은 2곳 이상의 다른 업체로부터도 견적서를 제출받았는데 20억~21억원 정도였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같은 달 15일 견적서를 내지 않았던 비컴과 20억9822만원에 인쇄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공보 분량이 다른 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았을 때의 12쪽에서 4쪽 적은 8쪽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비컴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지인인 정모씨가 운영하는 ‘1인 업체’다.

브랜드앤컴퍼니 이상민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공보는 용지비와 인쇄비가 대부분이라서 분량이 3분의 1가량 줄면 비용도 30%가량 적게 든다”고 말했다. 이어 “8쪽짜리면 17억원대로 제작이 가능해 국민의당이 통상 가격보다 4억원 이상 부풀려진 가격에 계약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20대 총선 때 정의당은 12쪽짜리 비례대표 공보를 만들면서 국민의당과 비슷한 20억9000만원을 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물가협회 등에서 조사한 용지비와 인쇄비 등을 기준으로 공보 제작비와 관련해 국민의당에 5억1000만원을 보전해주지 않았다. <본지 6월 17일자 1면>

브랜드호텔 측이 공보 제작과 관련해 받은 기획비 1억1000만원에 대해서도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질 조짐이다.
 
▶관련 기사 [단독] “국민의당 공보물 비용 5억 부풀려” 선관위, 보전 거부

선관위가 지난 3월 각 정당에 배포한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에 따르면 공보물 기획료는 페이지당 14만7000원이다. 기획료로 보전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도 117만6000원이다. 당 PI 개발비가 포함됐다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선관위 기준의 100배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했다.

이에 대해 왕주현 사무부총장은 “견적서를 토대로 조사한 공보 제작 가격이 20억~21억원 정도여서 계약을 진행했다. 좋은 품질의 공보를 만들려면 가격이 최우선 고려 요인이 아닐 수 있다”고 반박했다.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김 의원 등이 허위로 국고 보전 청구를 한 게 밝혀지면 정치자금법상 허위 회계 처리 관련 규정과 함께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박가영·홍상지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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