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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그물망 견제 뚫고…한국, 뱀장어 완전양식 성공

중앙일보 2016.06.22 01:46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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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세계 두 번째로 성공한 뱀장어 완전양식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이제 됐다.” 지난달 7일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뱀장어 양식 연구실. 2008년부터 뱀장어 완전양식 연구를 해온 연구진 10여 명은 환호성을 질렀다. 수정란을 부화시켜 실뱀장어로 키운 어미로부터 2세대 10만 마리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일본 연구팀, 외국인은 안 끼워줘
대학 동기 도우며 어깨 너머로 배워”
지금까진 실뱀장어 60~90% 수입


이로써 한국이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일본이 인공부화에서 완전양식까지 36년 걸린 연구 기간을 한국은 5분의 1인 8년 만에 이뤄낸 쾌거이기도 했다.

완전양식이란 수정란으로 부화시킨 어린 뱀장어를 키워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자연산 뱀장어 없이 인공 부화한 뱀장어만으로 계속 양식을 이어 갈 수 있는 기술이다.

한국의 수산 양식 전문가들은 1970년대 국내 기술자들이 일본에서 어렵게 반도체 기술을 배워왔던 과정을 유사하게 겪어야 했다. 4조원에 달하는 세계 뱀장어 시장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일본은 1800년대부터 양식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10년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어렵게 성공한 만큼 일본의 뱀장어 양식 기술 보안도 철저했다.

92~97년 일본 도쿄대에서 수산물 번식 기술을 배워온 김대중(50)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학교에서 뱀장어 연구팀에 외국인은 끼워주지 않았다. 마침 뱀장어를 주제로 논문을 쓰던 일본인 동기를 도와주면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신권(45)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그나마 운이 좋았다. 제주대에서 양식 사료를 전공한 김 연구사는 일본 도쿄해양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뱀장어 양식 연구를 총괄하는 일본 수산종합연구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마침 사료를 집중 연구하는 직원을 뽑고 있었다. 기술을 전수해줬던 교수도 ‘한국과 대만에서도 성과가 나와야 일본도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며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신권 연구사가 한국으로 돌아와 2012년 수정란으로 부화시킨 어린 뱀장어를 변태 직전까지 키웠다는 성과가 속속 발표되자 일본 정부는 곧바로 기술 유출 차단에 나섰다. 그가 근무한 수산종합연구센터의 외국인 공동 연구를 아예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어린 뱀장어를 키울 사료는 독자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는 시행착오 끝에 그는 단백질이 풍부한 곱상어의 알을 여러 영양분과 섞어 어린 뱀장어 사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명정인 국립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장은 “어린 뱀장어에게 자연 상태와 유사한 먹이를 주는 게 핵심”이라며 “처음엔 원재료 구입도 쉽지 않았지만 수백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사료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양식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 불리는 변태 과정도 한 일본인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일본 정부의 견제가 심해지던 2012년 국립수산과학원은 일본인 뱀장어 양식의 대가를 부산으로 어렵게 초청했다.

그는 10여 마리의 어린 뱀장어 중 3마리만 골라 “먹이를 주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3마리 중 2마리에서 몸의 조직과 기능이 변하는 변태가 일어났다. 한국 연구진은 2마리의 과거 성장 기록을 샅샅이 뒤져 변태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 조건을 찾아냈다.

완전양식 기술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시킴으로써 한국은 뱀장어 대량 생산을 통해 수출 선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60년대 김, 70년대 굴, 80년대 넙치, 90년대 전복 양식을 차례로 성공해 국내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출로 어민 소득 증대 효과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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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뱀장어 생산액 규모는 2500억원으로, 자연산 실뱀장어 확보가 어려워 이 중 60~9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국제 뱀장어 자원이 고갈되면서 공급이 줄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2020년까지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해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주요 해외 소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뱀장어

갯장어나 붕장어와는 달리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가 생활하는 회류성 어류다. 민물장어로도 불린다. 수심 300m의 따뜻한 바다에서 알을 낳고 6개월 후 실뱀장어로 변태해 강으로 올라와 성장한다. 세계적으로는 극동·유럽·북미·동남아 뱀장어와 무태장어 등 다섯 종류가 주로 유통된다. 한·중·일 3국에서는 극동산 뱀장어가 주로 소비된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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