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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한마디에…‘문고리 권력’ 선대본부장 자른 트럼프

중앙일보 2016.06.22 01:42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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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코리 르완도스키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왼쪽)이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을 듣고 있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르완도스키를 경질했다. [AP=뉴시스]


패밀리는 문고리보다 강했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선거 캠프의 핵심이자 ‘문고리 권력’을 행사해 온 코리 르완도스키 선거대책본부장(42)을 전격 경질한 것은 장녀 이반카(35)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딸 “남편 모함…내보내라” 요구
르완도스키 “왜 경질됐는지 몰라”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지 50일이 다 됐지만 공화당을 하나로 묶을 전략을 내놓지 못한데다 르완도스키가 이반카의 남편 제러드 쿠시너(35)를 모함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이반카가 르완도스키의 경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경질은 19일 오전 9시30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대선 전략 모임에서 결정됐다. 참석자는 트럼프와 르완도스키 등 선대본부 핵심 인사, 그리고 이반카 등 트럼프 패밀리였다. 이 자리에서 이반카는 르완도스키를 몰아세웠다고 한다. 멕시코계 연방 판사에 대한 막말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올랜도 총기 테러 사건 직후 ‘무슬림 입국 금지’를 다시 꺼내든 이유를 캐물었다.

가족들은 르완도스키에게 향후 전략에 대한 질문도 쏟아냈다. 자녀들의 질문 공세를 듣던 트럼프는 “계획이 뭔가”라고 르완도스키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부통령 후보를 앞당겨 발표하자”는 것이었다. 뉴욕매거진은 “르완도스키에게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에 트럼프는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CNN은 “19일 아버지 트럼프와 마주 앉은 이반카가 ‘(르완도스키를 경질하지 않으면) 자신이 캠프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최후 통첩을 던진 끝에 트럼프의 결단을 얻어냈다”고 전했다.

이반카의 남편 쿠시너는 뉴욕의 주간지 뉴욕옵서버 발행인이다. 뉴저지의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 찰스 쿠시너(62)의 아들인 그는 2008년 이반카와 결혼했다. 트럼프와 달리 예의 바르고 지적 이미지로 주변의 신뢰가 높다. 트럼프도 섀도우 캐비넷(예비 내각) 구성을 쿠시너에게 맡길 정도로 신뢰가 깊다.

하지만 르완도스키는 이날 CNN에 출연해 “나와 이반카의 갈등은 없었다. 왜 경질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대선을 4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돈과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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