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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덕분에…섬마을 에너지 독립선언

중앙일보 2016.06.22 01:16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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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죽도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발전소. 이곳에선 태양광·풍력발전으로 하루 1120㎾의 전력을 생산,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남은 전기는 저장했다가 발전이 어려운 날 사용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죽도. 편필분(84) 할머니가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TV를 보고 있었다. 편 할머니는 “평생 죽도에 살면서 이 시간에 전력 공급 걱정 안하고 TV를 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며 환하게 웃었다.

친환경 발전시설, 전기저장장치
하루 1120㎾ 전력 생산해 공급
기존 디젤시설 발전량보다 많아
1년 경유 연료비 8000만원 절감


하루가 멀다하고 전기 걱정을 하던 섬 마을 죽도가 확 달라졌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시설이 들어서면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죽도에서는 2003년 설치한 100㎾급 디젤발전기 3대로 연간 24만2000㎾ 전력을 생산, 22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사용했다. 연간 8000만원어치의 발전용 디젤은 충남도가 공급했다. 하지만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오후 10시쯤 공급을 끊는 일이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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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송진우 부소장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전력 생산·공급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충남도와 한화그룹이 죽도에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설을 건설했다. 198㎾급 태양광발전과 10㎾급 풍력발전시설, 전기를 저장했다 공급하는 전기저장장치(ESS) 등이다. 공사비로 26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1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달 18일부터 전력공급이 시작됐다.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 섬’이 된 것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하루 1120㎾ 가량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 중 800㎾를 마을에 공급한다. 남은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비가 오는 날 등에 사용한다. 연중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상악화가 계속돼 전력이 바닥나면 기존에 사용하던 디젤발전기를 가동한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디젤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7t 줄여 연간 4만1000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거둔다는 게 충남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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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에는 파푸아뉴기니 산업부 관계자가 죽도를 방문, 태양광 발전시설을 둘러봤다. 이들은 “부럽다. 비용이 얼마나 들었냐”며 관심을 보였다. 파푸아뉴기니에도 설치하겠다며 다시 죽도를 찾기로 했다.

주민들은 디젤발전기 가동에 따른 소음과 매연 피해에서 벗어난 것도 크게 반겼다. 박순천(55·여)씨는 “10년 넘게 발전기 소음에 시달렸는데 이제야 살 것 같다”며 “육지에서 손주들이 놀러 와서 잠을 설치는 일도 없게 됐다”고 했다.

홍성군은 연료비로 지원하던 예산을 죽도 섬 가꾸기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관광객을 위해 정기 여객선 운항도 검토 중이다. 지금은 홍성군 남당항에서 어선 등을 타고 섬에 갈 수 있다. 김석환 홍성군수는 “캠핑장·낚시터·해안탐방도로를 갖춘 죽도는 서해안의 대표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죽도는 서부면 남당항에서 서쪽으로 7.5㎞ 가량 떨어진 바다에 있는 섬이다. 배로는 15분이면 도착한다.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죽도(竹島)로 불린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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