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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3.5㎞ 이젠 금연, 연기 대신 한숨 뿜는 흡연자들

중앙일보 2016.06.22 01:11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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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 흡연 단속원(맨 오른쪽)이 서소문동 타임파크(삼성공원)에서 흡연자들에게 ‘금연구역 지정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늘 흡연자들이 몰려드는 이곳도 곧 금연구역이 된다. [사진 중구청]


“너무 몰아세우네요. (흡연구역을) 없애지만 말고 흡연자 공간도 마련해 줘야죠.”

집단 흡연구역 9곳 금연 지정 첫날
“없애지만 말고 흡연 공간 마련을”
곳곳서 흡연 단속에 불만 토로


지난 20일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다동 센터플레이스 옆에 마련된 140㎡ 흡연 공간. 이곳에서 동료와 함께 담배를 피우던 정모(32·여)씨가 중구청에서 나온 흡연 단속원 설명을 듣고 나더니 대뜸 한 말이다. 정씨 일행을 비롯해 이곳엔 30여 명의 흡연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불만이 가득했다.

이날 서울 중구청은 대형 건물 주변 집단 흡연구역 9곳과 일대 거리 3555m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첫 계도활동을 벌였다.

중구청은 한 달간 계도 기간을 거쳐 8월 1일부터는 흡연 적발 시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한다. 중구보건소 건강도시팀 관계자는 “빌딩가 집단 흡연구역은 흡연자들이 항상 수 십명씩 있어 보행자들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줘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자가 동행해보니 남대문로5가 서울스퀘어 옆, 다동 센터플레이스 옆, 서소문동 타임파크(삼성공원) 등에선 한 곳당 30~80명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실외 흡연구역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흡연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회사원 차홍재(34)씨는 “먼저 담배 피울 공간을 따로 만들어주고 단속을 해야 한다. 선후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회사원 유재욱(35)씨도 “담배세는 올리면서 흡연시설 투자는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실외 금연구역 확대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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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리얼미터·서울시


실제로 회사원 유모(34)씨는 “흡연 단속을 하는 강남대로를 가보면 대로가에는 흡연자가 없지만 건물 사이사이 골목은 흡연자로 넘쳐난다. 금연구역 외 다른 곳에 집단 흡연장소가 다시 생겨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10명 중 8명(79.9%)이 ‘길거리 흡연구역 조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흡연자측의 찬성 의견이 80.6%로 흡연자의 찬성 의견(77.0%)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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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리얼미터·서울시


2012년 3134곳이던 서울시 금연구역은 2016년 5월 현재 1만6984곳으로 4배 가량 늘어났다. 흡연단속구역이 434곳에 달하는 중구만 해도 흡연부스를 마련한 곳은 을지로1가 사거리 1곳 뿐이다.

오후 1시쯤 이곳에 위치한 면적 21㎡의 흡연부스엔 10여 명이 비좁게 선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부스 밖에서도 4명이 흡연 중이었다. 직장인 박모(45)씨는 “10명 만 들어가 있어도 담배 연기가 심해 밖으로 나와 피우는데 직장인이 몰려있는 빌딩가에 이 부스 하나로 감당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집단 실외 흡연구역을 갖춘 대형빌딩 관계자에게 실내 흡연 공간을 확보해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또 흡연부스 4곳을 다음달 말까지 설치키로 했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37·여)씨는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가를 갈 때마다 흡연구역을 피해 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2)씨는 “길거리 흡연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금연구역 확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조한대·김준영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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