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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보다 여성팬 모셔라” 여심 저격 이벤트 경쟁

중앙일보 2016.06.22 00:52 종합 24면 지면보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여성 팬들을 대상으로 ‘안심귀가 서비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홈 경기 후 여성 팬 2명을 선정, 구단직원이 차를 운전해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여성팬, 충성도 높고 가족팬도 확보
작년 입장권 구매율 43%까지 상승

지난해 사직야구장역에서 야구장까지 여성팬을 에스코트했던 ‘픽업서비스’를 확대 실시하는 것이다. 롯데 구단이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프로야구에서 여성 팬이 핵심 고객층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야구장에서 술에 취한 남성 팬들이 사고를 일으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여성, 가족 단위 팬들이 많아 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입장권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프로야구 관중의 여성 팬 비율은 43%였다.

올 시즌 프로야구 총 관중은 21일 현재 397만8802명(326경기)이다. 전체 일정의 45.3%를 치른 시점에서 벌써 400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다관중(736만명)을 넘어 80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성장동력은 여성 팬 확보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12만 관중을 모았다. 이왕돈 두산 마케팅팀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가 금메달을 딴 이후 20~30대 여성팬이 급격히 증가했다. 김경문 감독(현 NC)을 비롯해 대표팀 선수들이 많았던 두산이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2009년부터 ‘퀸즈 데이’ 이벤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선수 사인회에 참가하는 팬 가운데 여성 비율이 60%가 넘는다. 경기 중 여성들만 별도로 응원가를 부르는 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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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팬을 위한 이벤트는 전 구단으로 확대됐다. 여성 팬에게 티켓 가격을 할인해주고 기념품을 증정하는 행사는 이제 기본이다. 두산은 매년 한양대에 팬 성향조사를 의뢰, 그 결과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의 여성 팬 비중은 53%까지 늘어났다. 이 팀장은 “올해는 오히려 남성 팬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야 할 정도로 여성 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두산과 서울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LG 트윈스도 여성 팬 확보에 적극적이다. 예매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여성 비율이 지난해엔 30%대에 그쳤지만 올해는 45%까지 늘어났다. LG는 2013년 최초로 여성 전용인 ‘레이디스 회원’을 신설했는데, 올해 가입자는 3년 만에 3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김종욱 LG 마케팅팀 차장은 “이미 자리를 잡은 남성 팬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성 팬은 구단 입장에서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막내구단 kt 위즈는 ‘위즈맘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등 어머니 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부들은 남편·자녀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2011년부터 지역 주부들을 대상으로 ‘주부 특공대’를 모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주부들이 감독처럼 경기 라인업을 짜는 고급과정도 포함돼 있다. 박성문 넥센 마케팅팀 대리는 “입소문이 많이 나면서 지난해 모집 때는 경쟁률이 10대1에 육박했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주부들이 남편·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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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2014년부터 여자 야구단 W다이노스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 NC다이노스]


LG는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 행사를 서울 시내 여자 대학을 돌면서 개최하고 있다. 롯데도 지난해부터 ‘야구흥신소(야구와 함께 즐겁고 신나는 소녀들)’ 이벤트를 열어 소녀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중·여고 학생들이 응원을 따라하며 야구 규칙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김건태 롯데 자이언츠 마케팅팀 매니저는 “올해 12차례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예상보다 신청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는 2014년부터 여자 야구팀 W다이노스를 지원하고 있고, KIA 타이거즈는 올해 여성 팬을 대상으로 치어리더 선발 대회를 열었다.

야구장을 찾는 여성 팬은 구매력도 높은 편이다. 때문에 각종 야구단 상품에 핑크색이 등장한지 오래다. 핑크색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은 두산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LG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 ‘헬로키티’와 협업한 상품들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SK는 올해 초 구단 로고가 새겨진 앞치마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진형 KBOP(KBO 마케팅 자회사) 이사는 “지난해부터 KBO가 시작한 야구장 내 안전 캠페인인 ‘SAFE 캠페인’도 여성 팬 확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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