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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벽화…농촌 찾아가는 ‘재능 나눔’

중앙일보 2016.06.22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11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 있는 한 농가. 감귤 농사를 짓는 마을주민 11명이 모여앉아 김용근(52)씨가 하는 강의를 들었다. 강의 주제는 인터넷 포털을 통해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방법. 쉬는 시간을 포함해 6시간에 걸쳐 진행하는 수업이었지만 한눈을 파는 수강생은 없었다.

농식품부 올해 5년째 시행
지난해까지 8700명 재능기부
혜택 본 주민은 14만 명 넘어

김씨에게 돌아가는 강의료는 ‘0원’이다. 김씨는 2011년부터 농촌을 돌며 돈 대신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는 ‘농촌재능나눔’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귀농해 농사를 지으면서 어려움을 정말 많이 겪었다”며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서울을 오가며 배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직거래 방법을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재능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용사로 일하며 남편과 함께 감귤 농장을 하고 있는 수강생 양관숙(53)씨는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양씨는 “두 달에 한 번씩 강의를 듣고 있다”며 “수업을 듣고 감귤 농장을 알리는 블로그도 개설하고 직거래도 도전해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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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재능나눔 사업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2011년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함께하는 농어촌 운동’이란 문패를 내걸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지난해까지 8679명이 농촌재능나눔 사업을 통해 재능기부에 나섰고 농촌 주민 14만6076명이 도움을 받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금전이나 노동력을 들이는 일반 봉사와 달리 재능기부는 참여자 개인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며 “농촌에 대한 일방적인 수혜나 지원이 아니라 기부자와 농업인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농촌재능나눔의 영역은 넓다. 정보통신 교육은 물론 노후주택 고쳐주기, 농촌어린이 방학캠프, 무료 의료지원, 농촌마을 음악회, 벽화 그리기 등 분야는 다양하다. 올 들어서만 재능기부로 도움을 받은 마을은 383개에 달한다.

사랑손힐링봉사단의 강경구 단장은 전남 해남군을 돌며 건강 마사지, 수지침 의료 봉사를 했다. 한국곰두리봉사회의 김현덕 회장은 여러 직업을 가진 회원과 함께 강원도 인제군을 찾아 돋보기 안경 나눔, 사진 촬영과 이·미용 봉사를 했다.

농촌재능나눔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는 ‘스마일재능뱅크’ 사이트(www.smilebank.kr)를 방문해 회원 등록을 한 다음 ‘나눔 매칭’을 신청하면 된다. 스마일재능뱅크에서 재능기부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마을을 소개·연결해주기도 한다. 스마일재능뱅크 콜센터(1577-7820)를 통해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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