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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릭] 차도도 불법, 인도도 불법 전동휠…보는 사람은 불안

중앙일보 2016.06.22 00:01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전동휠 이용자 늘어나는데

|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자전거도로·공원 등 못 달리고
안전기준 인증 못 받아 차도도 불법

 
 

‘1인용 교통수단’의 대세로 떠오른 전동휠. 전후좌우 방향 전환이 자유롭고 폭은 어깨너비밖에 되지 않는다. 한 번 충전으로 20㎞ 넘게 이동할 수 있고 평균속도는 시속 14㎞다. 전기로 움직여 소음도 없다. 출퇴근뿐 아니라 주말 레저용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전동휠이 늘어날수록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법과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전동휠이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법적으로 전동휠은 차도 위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 도로교통법상 ‘배기량 125cc 이하의 이륜자동차, 정격출력 0.59kw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에 해당해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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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 주행 시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유모차 바로 뒤까지 접근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문제는 차도 위를 달려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전동휠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차도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제작자가 ‘해당 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스스로 인증하고 판매하는 자기인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전동휠은 현재 인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차도 위를 달리는 모든 전동휠은 불법인증 차량인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동휠이 설령 인증 절차를 걸쳤다 해도 속도가 최대 20㎞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차도로 나오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차도를 달리기 위해선 원동기 이상 운전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에 16세 미만은 전동휠을 타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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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본지 김민관 기자가 전동휠을 타고 여의나루역과 한강공원 일대를 주행했다. 가슴에 부착한 액션캠을 이용해 전동휠 주행 시 마주치게 되는 각종 위험 상황 및 불법 행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다면 공원에서 전동휠을 타는 건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역시도 불법이다.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이용에 관한 기본조례 17조에는 ‘이륜 이상의 바퀴가 있는 동력 장치를 이용하여 차도 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를 금한다고 명시해놨다. 이를 어기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 12일 한강공원에 가보니 전동휠을 타고 자전거도로를 주행하는 시민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대여점에서 전동휠을 빌려 이용 중이던 이현진(27·여)씨는 “SNS에서 전동휠 동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한번 타보고 싶었다”며 “이게 불법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 대여점은 “안전 장비만 제대로 착용하면 공원 안에서 주행하는 건 괜찮다”며 시민들에게 전동휠을 대여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에 발맞춘 제도 개선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외국의 경우 급성장하는 ‘1인용 교통수단’ 시장에 발맞춰 각종 제도와 규정을 준비 중이다. 미국은 현재 45개 주가 시속 32㎞ 이하의 전동휠을 저속차량(LSV)으로 규정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했다. 차도 혹은 골목 진입 시 일시 정지를 해야 하며,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한 줄로 주행하도록 했다. 또한 보호장비 착용을 안 하면 50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럽, 일본,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항들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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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공원 및 자전거도로 주행도 금지된다.

한편 전동휠로 인한 ‘안전 위협’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고 이동 속도도 빨라 무방비 상태로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기자가 여의나루역에서 전동휠을 대여해 직접 타봤다. 한강공원에서 산책하는 시민들 바로 뒤까지 시속 13㎞로 접근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아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휙 하고 지나가니 그때서야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인도 위에서 유모차를 밀고 오던 한 여성은 전동휠이 다가오자 불안한 표정을 한 채 멈춰 섰다. 전동휠 운전자의 조작이 미숙하거나 한눈을 팔기라도 하면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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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공원 및 자전거도로 주행도 금지된다.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서모(27)씨는 “출퇴근길에 하루 한 번 정도는 인도에서 전동휠을 마주친다”며 “이어폰을 꽂고 걸어가다가 등 뒤에서 전동휠이 휙 지나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김철은(27)씨는 “간혹 이어폰을 꽂은 채 전동휠을 타고 사람들 사이를 아슬아슬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인다”며 “보는 사람이 더 불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충전비 100원이면 50km 달려…30만원대 세그웨이도 등장


1인용 이동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보다 저렴하고, 보다 편리하며, 보다 오래가는’ 제품이 연달아 개발되면서 어느덧 국내에도 3만 명이 넘는 시민이 ‘퍼스널 모빌리티’를 사용하고 있다.

원조는 2001년 미국 발명가 딘 카멘이 개발한 세그웨이다. 두 바퀴와 손잡이로 이뤄진 이 기구는 자동 균형 제어장치인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탑재돼 전후좌우 방향을 바꿔도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는다. 이후 자이로스코프 기술을 응용해 외발자전거를 연상시키는 ‘외발휠’, 스케이트보드 위에 바퀴가 달려 있는 형태인 ‘투휠 전동보드’ 등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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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모빌리티가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배터리를 완전 충전했을 때 주행 가능한 거리는 30~50㎞, 이때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이다. 완전 충전 비용은 100원이면 충분하다. 전기로 움직이는 덕에 공해도 없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주행 거리는 점차 늘어나고 충전 시간은 더욱 단축될 전망이다.

이런 이동 수단들의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20~30㎞ 정도다. 자전거(평균 시속 15㎞)보다 빠르며 조작법과 휴대도 비교적 간편하다. 바쁜 출근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판교와 테헤란로의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퍼스널 모빌리티’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다.

출시 당시 다소 부담스럽던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 2000년대 초반 1300만원대로 형성되던 가격대가 현재는 100만원대로 낮아졌다. 최근 샤오미는 ‘샤오미 나인봇 미니’라는 전동휠을 35만원대에 내놓기도 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판매량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 한해 전동휠, 전동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 판매량은 연초 대비 5~10배가량 늘었다. 세그웨이의 경우 샤오미 ‘나인봇’을 공식유통하는 아이휠에 따르면 2014년에는 판매량이 100여 대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7000여 대, 올해는 6월까지 총 8000여 대가 판매됐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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