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대학 리포트] 존스홉킨스대, 학부 때부터 전공 집중…의대는 물론 국제관계학·음대도 명성

중앙일보 2016.06.22 00:01 강남통신 1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존스홉킨스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가장 높은 건물인 길먼홀. 이곳에서는 주로 인문학 관련 수업이 이뤄진다. 맨 위의 시계탑 안에 있는 종이 시간마다 울려 캠퍼스 전체에 시간을 알려준다.

‘킬미힐미’ ‘넝쿨째 굴러온 당신’ ‘하얀 거탑’ 등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원 출신이거나, 존스홉킨스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 미디어에서 ‘의사=존스홉킨스’가 공식처럼 통용될 정도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원의 명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US뉴스&월드리포트 2015~2016년 미국 대학 평가에서도 존스홉킨스대 전체 순위는 10위, 의과대학원은 하버드와 스탠퍼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곳 학생들은 “의대뿐 아니라 문학·국제관계학·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높은 성취를 보이고 있는 학교”라고 입을 모았다.


학부생도 연구자로 활약하는 미국 첫 연구중심대
2015~2016년 미국대학평가 10위, 의과대학원 3위
“의과대학원 지원 시 절차 간소화, 개인면담 도움”

 

존스홉킨스대 학교 정보
위치
: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종류: 사립종합대학
설립: 1876년
총장: 로널드 J. 대니얼스
지원 대비 합격률: 13.78%
학생 수: 학부 6023명, 대학원 1만4848명
전임 교원 수: 3100명
학비: 4만3000달러(연간)
표어: Veritas vos Liberabit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주소: 3400 N. Charles Street Baltimore, MD 21218
홈페이지: www.jhu.edu
연락처: (410)516-8000


일찍 전공 정하고 교수와 깊은 유대

존스홉킨스대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구’다. ‘연구중심대학’이라고 하면 학부생보다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학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존스홉킨스는 다르다. 학부 시절부터 교수의 연구실을 드나들며 조수 역할을 하고 논문의 공동 저자가 되거나, 제1 저자로 자신만의 논문을 발표하는 일도 적지 않다. 박상우(23·환경공학과3)씨는 “수업도 이론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을 통해 현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하는 데 역점을 둔다”며 “연구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아이비리그보다 존스홉킨스가 훨씬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 때부터 연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른 대학에 비해 전공을 빨리 정하고 수업도 전공 위주로 골라 듣는다. 많은 미국 대학에서 2~3학년까지 자유 전공인 채로 인문학과 과학·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학문을 필수 교양으로 이수하게 하는 것과 다르다. 양소영(22·국제관계학4)씨는 “대학 진학할 때부터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며 “이 분야에 유명한 조지타운대에도 합격했지만 전공 수업 외에 이수해야 할 필수 교양 수업이 너무 많아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인 존스홉킨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수업은 난도에 따라 100레벨부터 400레벨까지 나뉜다. 100레벨이 기초적인 내용을 강의하는 수업이라면, 400레벨은 토론과 세미나로 이어져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다. 400레벨 수업의 경우 3시간 이상 연속 토론이 이어지기도 한다. 양씨는 “‘한일 양국의 정치 경제’라는 400레벨의 수업을 들었을 때, 매시간 다른 토론 주제가 주어졌고 관련된 논문을 읽고 한국과 일본의 현재 상황은 물론 미래의 모습까지 그려가며 12명의 학생이 격론을 벌였다”며 “타 전공 학생이 거의 없고 전공자들끼리 토론을 벌이니, 수준 높고 집중력 있는 대화가 오가 학문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공 학생과 교수 간의 유대관계가 탄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씨는 “환경공학과의 경우 한 학년에 15~20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라 교수님이나 동기들과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교수님께 e메일을 보내면 그날 안에 장문의 답장이 오고, 연구실에 예고 없이 방문해 학업은 물론 생활에 대한 상담도 자주 한다”며 “같은 과 친구들과는 매 학기 비슷한 전공 수업을 듣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제나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작은 파티도 종종 열며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돼 한국 친구들처럼 끈끈한 정이 든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존스홉킨스대의 조지피바디도서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힌다.

볼티모어 지역 봉사활동 활발

존스홉킨스 캠퍼스는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학부를 포함한 대다수 대학원은 미국 동부에 위치한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에, 국제관계학대학원(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 자리하고 있다.

양씨는 “본교가 자리하고 있는 볼티모어는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라며 “많은 재즈 음악가가 탄생했고 미국의 첫 가톨릭 성전도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주변의 예술품과 미술 작품을 관람하거나 재즈 공연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었다면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교 캠퍼스는 홈우드(Homewood)라고도 불린다. 캠퍼스가 위치한 볼티모어는 미국 내에서 범죄율이 높고 가난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재학생들은 “존스홉킨스의 ‘세상을 위한 지식’(Knowledge for the world)이라는 교육 철학이 낙후된 주변 환경과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강고은(21·분자세포생물학3)씨는 “학교에 봉사 동아리가 다양하고 활동도 적극적이다”라며 “대다수 학생이 봉사 동아리에 가입해 인근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은 안전하게 정비가 돼 있어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했다.

국제관계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혜원(26)씨는 “대학원 하나만 워싱턴DC에 따로 분리돼 있어 캠퍼스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이 지역 전체가 국제 관계를 배우기 좋은 장소”라고 얘기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의 여러 유명 싱크탱크, 국제기구의 세미나와 총회 등에 참여하며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홈우드 캠퍼스의 외관에 대해 “아이비리그 같은 웅장함이나 거대함은 없지만 편안하고 아름다운 정원 같은 곳”이라 표현했다. 석사 과정을 이수 중인 유지훈(26)씨 역시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학교 건물, 빨간 벽돌길과 조화를 이룬 푸른 잔디밭이 어우러진 예쁜 캠퍼스”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를 상징하는 건물은 캠퍼스 한가운데 자리 잡은 길먼홀(Gilman Hall)이다. 존스홉킨스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자,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는 널찍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학생들이 자주 이용한다. 길먼홀이 인문학 강의가 주로 이뤄지는 곳이라 문과생이 자주 찾는 곳이라면, 이과 학생들은 머드홀(Mudd Hall)에서 시간을 보낸다. 강씨는 “공강 시간이면 널찍한 로비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며 “캠퍼스 내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로 존중받는 만큼 노력 요구

학교생활 중 가장 힘든 점은 “모두가 사력을 다해 공부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강씨는 “주말에도 이른 오후부터 도서관 자리를 찾을 수 없고, 새벽 2시에 자러 가는 친구에게 ‘오늘은 일찍 자는구나’라고 인사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놀 때도 도서관에서, 친목 도모도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학교”라며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 다들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자연히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건 수업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유씨는 “교수님들이 학부생들도 ‘연구자’로 존중해주고, 그만한 학문적 노력도 요구한다”며 “대다수 수업이 강의·토론·프로젝트 등이 적절하게 조합된 방식이고, 그 모든 과정이 전부 평가에 반영된다”고 얘기했다. 에세이와 발표·토론·시험 등 여러 요소를 통합해 성적을 산출하니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시험도 잦은 편이다. 강씨는 “이공계 수업의 경우 과목당 2~3번의 중간고사와 1번의 기말고사를 치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학기 내내 시험 기간”이라며 “과열된 경쟁과 교수님의 높은 기대로 인해 대학 생활을 여유롭게 누리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재학생들은 치열한 경쟁과 학업 부담 속에서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인간관계’를 꼽았다. 유씨는 “존스홉킨스 학생끼리 농담 삼아 ‘우리 학교 학생은 공부만 할 줄 알지 다른 건 숙맥인 조금 촌스럽고 어눌한 사람들’이라며 자평하곤 한다”며 “다들 순수하고 성실한 시골 친구 같아 서로 격려하며 끈끈하게 정이 든다”고 얘기했다.

존스홉킨스는 미국 대학 중 톱10 안에 들 정도로 학부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지만, 상당수 유학생은 의과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해 존스홉킨스 학부로 진학하기도 한다. 학부에서 화학생물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의과대학원에 합격한 최원규(24)씨는 “학부 4년 동안 의대 진학과 관련해 정기적으로 개인 면담을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학부생의 의과대학원 지원 절차는 다른 학교 학생 출신에 비해 간소하다. 일례로 타 학교 졸업생의 경우 대여섯 곳으로부터 추천서를 일일이 받아서 제출해야 하지만 존스홉킨스 학부 학생은 인터넷 통합 시스템을 통해 추천인이 파일만 업로드하면 입학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최씨는 “존스홉킨스 학부생 중 의대 지원을 준비하는 동료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학교의 지원과 교수의 조언, 동료와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지원할 때 타 대학 출신보다 시행착오가 적다”고 말했다.
 

학맥지도
윌슨 대통령, 철학자 듀이 …윤형섭·정몽준도 동문
 
기사 이미지

(왼쪽부터)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미국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 노벨 화학상 수상자 피터 아그레, 교육철학자 존 듀이, 윤형섭 전 교육부 장관,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기타리스트 이병우 성신여대 교수.


존스홉킨스대는 미국의 첫 연구중심대학이자 박사 학위를 처음으로 수여한 학교다. 3대 총장 다니엘 길먼은 ‘세상을 위한 지식’(knowledge for the world)이라는 교육철학으로 교육과 배움이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존스홉킨스의 정신을 세웠다. 총동문회장인 정진호 서울대 약대 교수는 “존스홉킨스는 의대가 가장 유명하지만 전 분야에 걸쳐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매년 100여 명의 학생이 학부로 유학 올 정도로 국내 인지도도 높다”고 말했다.

미국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1856~1924)이 존스홉킨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윌슨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연합국으로 참전해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때 윌슨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는 우리나라의 3·1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1차 세계대전 종식에 기여한 공로로 윌슨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블룸버그(74) 전 뉴욕시장도 존스홉킨스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은 국제경제학 석사를, 스피로 애그뉴(1918~96) 전 미국 부통령은 존스홉킨스에서 화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의료계의 인맥도 화려하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17명,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6명이다. 앤드루 파이어(노벨 생의학상), 피터 아그레(노벨 화학상)가 대표적이다. 인문학 분야 명사로는 교육철학자 존 듀이(1859~1952)와 시인 겸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1874~1946)이 존스홉킨스 동문이다. 환경운동가로 『침묵의 봄』 등을 집필한 레이첼 카슨도 존스홉킨스에서 동물학을 전공했다.

국내 학맥도 쟁쟁하다. 윤형섭 전 교육부 장관이 정치학 석사를,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학 석·박사와 박사후 과정까지 이수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진호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장은 의과대학원 박사 출신이다. 기타리스트 이병우 성신여대 교수는 존스홉킨스의 피바디 음악대학원에서 전문 기타 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재학생이 말하는 존스홉킨스 생활은
 
어떻게 입학했나.
입학처 자료에 따르면 평균 입학 GPA는 3.78(만점 4.0)이고 SAT 점수는 수학 700점, 읽기 670점, 작문은 680점으로 총점 2050점(만점 2400) 정도다. iBT 토플은 100점(만점 120)이면 안정적이다. 실제 합격생 성적은 더 높다. 필립스 엑시터나 밀브룩 같은 미국 유명 사립고교 수석 졸업에, SAT 성적은 2300점이 넘는 학생이 다수다. 존스홉킨스가 연구자를 양성하는 학문적 풍토를 가진 만큼 학업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한국 고교 졸업생들은 “지원할 때 다양하고 잡다한 활동을 보여주기보다는 지적인 호기심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장학금이나 기숙사 등 유학생을 위한 지원은.
 2학년까지 기숙사 생활이 의무다. 기숙사는 1인실부터 2인1실, 4명이 2개의 방을 나눠서 사용하는 더블룸 스위트까지 다양하다. 수시 합격생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에 입주할 권리를 준다. 3학년이 되면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파트를 렌트해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캠퍼스 인근의 ‘University One’이라는 아파트는 ‘코리아타운’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학생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혜택은 PURA (Provost’s Undergraduate Research Award)가 유일하다. 학부생 중 우수한 연구를 기획한 학생에게 연구 지원비 명목으로 2500달러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시스템은 잘 구축돼 있다. 유학생 지원 센터(Office of International Service)를 상시 운영하며 영어 리포트나 논문을 첨삭 지도해주거나 선배 학생들에게 소그룹으로 튜터링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존스홉킨스에 재학 중인 학생은 어학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언어 관련 지원은 없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해외 대학 리포트]
▶중국의 MIT 칭화대 “제2의 알리바바·샤오미 여기서 나온다”

시카고대, 컬럼비아·스탠퍼드대와 동급…신자유주의 여기서 태동
인공지능 핵심 기술 ‘딥 러닝’ 개척, 토론토대
▶작지만 강한 ‘뉴 아이비’ 보스턴칼리지
▶아시아 톱 대학 싱가포르국립대, 외국인도 학비 80% 지원


▶강남통신 기사를 더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