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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양 시장 과열, 도대체 어쩌자고 손 놓고 있나

중앙일보 2016.06.20 19:11 종합 30면 지면보기
아파트 분양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각종 탈·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단기 전매와 미등기 전매는 기본이요, 거래금액을 낮춰 양도소득세를 줄이려는 다운계약서가 횡행하고 있다. 청약통장에 붙는 웃돈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웃돈이 많이 붙는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수요가 몰려서다. 올 들어 5월까지 분양권 평균 웃돈은 서울이 평균 2645만원이나 됐다. 여기에 사실상 0%대로 떨어진 초저금리도 돈의 흐름을 크게 비틀어 놓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분양 시장 규제에 나섰다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시각이다. 가뜩이나 나쁜 경기를 더 얼어붙게 만든 주범으로 몰리기 싫다는 면피성 무책임에 가깝다.

병은 원인을 알아야 처방이 나온다. 분양 시장 과열의 일차 원인 제공자는 정부다. 2014년 청약 관련 각종 규제를 다 풀어줬다. 청약 1순위 자격을 청약통장 가입 후 24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해 주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집단대출(중도금 대출)도 제외했다. 계약금만 갖고 분양권을 10개든 100개든 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다. 분양권은 몇 개를 가진들 취·등록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분양권을 10개만 사고팔아도 간단히 몇 억~수십억원을 챙길 수 있다. 그러니 국토부가 아무리 “불법 거래가 적발되면 사고판 사람 모두 처벌을 받는다”며 엄포를 놔도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재당첨 금지 기간을 늘리고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등 단기 대책이 필요하다.

건설회사의 밀어내기 분양도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4년 33만 가구에서 지난해 51만 가구로 급증했다. 올해 예상은 약 47만 가구다. 적정 아파트 분양 물량은 약 27만~28만 가구다. 남는 물량은 미분양이 되거나 입주 때 빈집이 되기 쉽다. 주택업계에선 “내년 이후 본격적인 입주 대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건설사의 밀어내기가 가능한 건 집단대출 때문이다. 은행이 돈줄을 죄지 않으면 건설사들은 계속 분양 물량을 늘릴 것이다. 언제 분양 시장이 급랭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집단대출 규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는 사이 집단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분기 은행의 집단대출은 5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9조60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만 규제를 강화하자 집단대출로 대출 수요가 쏠린 것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떴다방들은 “경기를 살리려고 정부가 분양 시장의 불·탈법을 눈감아 주고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흘리는 판이다. 당장 불·탈법을 강력히 단속하고 제재해야 한다. 청약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집단대출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과열의 끝은 패가망신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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