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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희옥, 이럴 거면 스스로 물러나는게 어떤가

중앙일보 2016.06.20 19: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어제 당사에 나타난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이번엔 권성동 사무총장의 경질을 주장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주 유승민 의원 등을 일괄복당하는 의결을 주재해 놓고 갑자기 칩거→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그러다 나흘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자기가 임명했던 권 사무총장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비대위 회의가 김 위원장의 경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친박 그룹은 경질 요구를 거듭하면서 당은 또다시 혼미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당에 복귀할 명분이 필요한데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정진석 원내대표를 물러나라고 할 수 없으니 대신 권성동 사무총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가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진퇴에 관심을 갖는 건 이 문제가 어느새 ‘국민적 스트레스’ ‘국정운영의 애물단지’가 돼 버린 친박의 패권적 행태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제도 수십 명이 모여 ‘정진석 원내대표 경위 설명’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를 앵무새처럼 떠들고 있다. 김희옥 위원장이 소란스럽게 정치를 어지럽히는 이들 친박 집단의 압박을 받은 게 아닌지 궁금하다. 계파 청산을 하겠다는 초심은 어디로 가고 청와대와 친박의 눈치만 본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새누리당 비대위의 일괄복당 결정은 총선 민심에 부합하고, 내용적으로 타당하며 절차적으로 적법했다. 결정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오늘 의결하지 않으면 범죄가 될 것”이라는 식의 표현을 했다면 그건 비대위 내부에서 벌어진 위원들 간 예의범절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뒤늦게 무슨 큰 하자라도 있는 것처럼 확대하는 건 의결의 전 과정을 주도했던 김 위원장이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당내 분란을 수습하겠다고 들어온 비대위원장이 오히려 분란을 새로 만드는 형국이다. 눈치와 체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느니 차라리 위원장직을 관두는 게 어떠냐는 소리도 나오는데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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