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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D-3, 세계 금융시장은 반등… 영국은 실익 챙겨?

중앙일보 2016.06.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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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은 짧았다.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의 피살에 따른 신사적 침묵은 이틀로 끝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론전이 다시 시작됐다. 반대하는 쪽은 ‘경제 종말론’을, 찬성하는 쪽은 ‘세금 폭탄’을 목놓아 외치고 있는 모양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인이 세금 30억 파운드(약 5조1000억원)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한 가구당 2000파운드 정도 되는 추가 부담이다. 세금에 민감한 영국의 노년층을 겨냥한 공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밤 텔레비전 연설에서 “브렉시트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과 세계 모두에 충격을 준다”고 주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거들고 나섰다. 런던정경대학(LSE)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등 수상자 10명은 이날 성명을 발표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그들은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중국 경제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한 ‘지속적인 충격’과 같은 말이다.

찬반 진영의 말이 격해지고 있는 와중에 여론조사는 콕스 의원 죽음 이후 의미심장한 변화를 보였다. 브렉시트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왔다. 45%대 42%였다.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가파르게 오르던 찬성 지지율 흐름이 한풀 꺾인 셈이다.

아시아 시장은 20일 찬반 진영의 말보다 여론조사를 더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브렉시트 리스크 때문에 약세를 보였던 위안화 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달러당 6.58위안에 거래됐다. 반면 리스크 회피 때문에 급등했던 일본 엔화 가격은 하락세였다. 이날 달러 당 104.8엔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엔화 값이 떨어지자 일본 닛케이 225 주가는 이날 2.34%나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엔화 가격 하락 이면엔 일본 국채 가격 하락이 있다”며 “그 바람에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만기 수익률)가 연 -0.145%까지 높아졌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영국 파운드화가 가파르게 급등했다. 도쿄 등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파운드 가격은 1.4571달러에 사고 팔렸다. 전날보다 1.5% 뛴 것이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 이후 이틀 연속 오름세였다.

톰슨로이터는 “브렉시트 지지율이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글로벌 시장의 반응에 비춰 브렉시트는 23일 이후 ‘한여름 밤의 소동’쯤으로 비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그렇다면 영국은 유럽인들 사이에서 빈축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브렉시트 파동을 통해 만만찮은 실익을 챙겼다.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를 압박카드로 활용해 EU로부터 큰 양보를 이미 받아내서다. 자국 노동시장에 대한 방어권 등이다.

블룸버그는 “무엇보다 캐머런은 EU 신규 규제가 주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따냈다”고 보도했다. 바로 신규 법규에 대한 레드카드다. BBC 방송은 “EU가 기업에 대한 세금이나 금융회사를 겨냥한 규제를 만들면 EU 회원국 의회가 55% 이상 찬성하면 그 법안을 거부하거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요즘 EU는 법인세를 더 걷고 금융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온갖 법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이 이런 규제를 받아들여야 할 때 영국은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 톰슨로이터는 “영국이 사실상 규제 피난처로 구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다.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조세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블룸버그는 “규제 피난처는 지속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이는 국민투표 예정일인 23일 이후 글로벌 시장이 파운드화와 영국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변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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