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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노무현도 진저리 친 '커미션'…300만원짜리 사건이 50만원짜리로

중앙일보 2016.06.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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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사건 알선 커미션이었다. 법원과 검찰의 직원들, 법조계 주변 경찰관, 교도관, 거기다 전문 브로커들까지 설치며 사건을 변호사에게 알선해주고 커미션을 챙겨 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인 1994년에 낸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법조 브로커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나도 관례에 따라 브로커에게 커미션을 주고 있었다"며 "브로커가 '다른 변호사는 얼마 주겠다는데 여긴 얼마 주겠냐'며 흥정을 걸어올 때면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커미션 지급을 중단했다. 노 전 대통령은 어렵고 수임료가 적은 일만 맡게 됐고 끼니를 거르게 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 브로커 관행은 꽤 오래전부터 성행해 왔다. 우리나라 변호사법에는 비법률인의 유료 법무 알선 및 중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런 관행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운호 사건'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여러 굵직한 법률 스캔들에도 법조 브로커가 있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 방위적 로비를 벌여왔고, 수많은 로비스트와 브로커들이 정 대표의 주변에서 암약한것으로 확인됐다. 90년대 말에는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이 있었다. 옛 서울지법 의정부 판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경기 의정부에서 개업한 후 브로커를 고용해 불과 1년 만에 관내 사건의 70% 이상을 독식하며 17억원대 수임료를 챙겼다. 2005년에는 브로커 윤상림씨가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며 접근해 사건 해결을 약속하고 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7년에 추징금 12억3880만원을 선고받았다.

# 사건 소개하고 소개비 받는 관행 자체가 브로커의 실체

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의 저서 『불멸의 신성가족; 대한민국 사법 패밀 리가 사는 법』을 통해 대한민국 대다수의 변호사가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한다고 밝혔다. 책에서는 '브로커'라는 직업이 따로 있지 않고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는 '관행' 자체가 브로커의 실체라고 설명한다.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해주고 돈을 받는다면 모두가 브로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법조 브로커들은 대부분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이들은 택시회사, 유흥가, 성매매 집결지, 건설현장, 병원, 경찰서, 교도소 등 사건이 터질 만한 곳을 맴돌다가 일이 벌어지면 맨 먼저 달려가서 사건을 물어온다.

'능력 있는' 브로커들은 한해 수억 원대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김 교수가 인터뷰 한 브로커 한 모 씨는 "처음엔 변호사 사무실에 사무장으로 취직해 서류 정리하는 일을 맡았지만 주변 사무장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브로커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 씨는 은퇴한 전직 관료들을 대형 로펌에서 영입해 고문이나 실장 등의 직책을 주는 것도 이러한 관행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다는 강 모 씨는 인터뷰를 통해 "여기서는 브로커를 다 사무장이라고 부른다"며 "30%의 소개비는 법률 업계에서는 확고하게 굳어진 관행이라 브로커들은 당당하게 그 대가를 요구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 브로커 소개비는 변호사 수임료 상승으로 연결

브로커가 가져가는 '수임료의 30%'는 명목상 의뢰인의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수임료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300만원을 수임료로 받아서 100만원을 브로커에게 떼어주고 나머지 200만원에서 세금과 사무실 운영비 등을 제한다. 정작 변호사 손에 떨어지는 돈은 50만원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에게 수임료 300만 원짜리 사건은 사실상 50만원짜리로 인식된다는 말이다. 커미션은 드러나지 않는 비용으로 고스란히 의뢰인의 부담이 된다.

브로커가 직접 수임료를 올리기도 한다. 브로커는 변호사에 대한 홍보와 포장을 하는 역할도 하는데, 의뢰인에게 "변호사가 '전관' 출신이라 수임료가 세다"는 식으로 수임료를 높게 받는 것이다. 사법계 각종 비리의 온상도 브로커로부터 출발한다. 브로커가 자신의 인맥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들이 깨끗하고 정당하게만 사용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인맥을 넓히기 위해 학연과 지연 등 자신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실이 확인된 법조인이라면 무작정 달려들어 '묻지마 로비'를 시도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 법조 브로커 근절을 위한 TF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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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법조브로커 근절 TF 3차 회의[사진 법무부]

법원과 변호사업계는 서울 서초동에만 법조 브로커 1000여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이같은 법조 브로커 근절을 위해 대법원, 국세청, 대한변협, 서울변회, 법조윤리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법조 브로커 근절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1차 회의가 열렸고 28일 4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TF참석자들은 브로커를 통해 수임을 받은 변호사와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방안,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기관에서만 변호사를 알선해주는 제도 등을 논의 중이다.

법률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능력 있는 변호사들의 변별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변호사 숫자도 늘어나 홍보가 어려워진 만큼 인맥을 통한 수임을 선호한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변호사의 삶'을 주제로 서울변호사회와 법률신문이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로스쿨 도입 등으로 점차 변호사 수가 증가해 실질수입이 줄어들거나 정체된 경우도 많았다. '연차가 쌓일수록 실질수입이 어떻게 변하나'라는 질문에 345명(13.5%)이 "하락하고 있다"고 답했다. 1268명(49.5%)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전관예우 등을 통해 고소득을 누리는 변호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최저한의 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운 변호사도 늘고 있다"며 "최근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법조 브로커, 저작권법 고소 남발 문제로 징계받는 변호사 수가 급증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수민 기자·김기연 인턴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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