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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 난민의 날…법원 "인천공항 시리아인들 난민 심사 기회 줘야"

중앙일보 2016.06.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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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시리아 난민 28명, 창 없는 방서 5개월째 햄버거로 끼니’ 기사.

인천공항에 머무르고 있는 시리아인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다. 이들은 공항에 도착해 난민 인정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공항 내 송환대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 김태훈)는 시리아인 A(20) 등 19명이 “난민 심사를 받지 못하도록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고 20일 밝혔다. A를 비롯한 시리아인 28명은 시리아에서 터키와 중국 등을 경유해 지난해 11월~올해 1월 인천공항에 입국해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소는 “취업을 위한 입국으로 의심된다”며 난민 심사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이들 시리아인은 인천공항 보안구역 내 송환대기실에서 지내다가 소송을 냈다. 이 대기실은 출입이 자유롭지 않고 같은 종류의 음식이 반복적으로 제공되는 곳이다. <본지 4월 25일자 8면>

출입국관리소는 재판에서 “파리 테러사건도 난민들에 의해 이뤄졌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국익 위해자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난민 심사를 거부 당한 사람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 당하게 되기 때문에 최소한 심사 받을 기회는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 난민법상 난민 심사에 회부하지 않는 경우는 여권 위조 등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출입국관리소가 명확한 불회부 사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보호 국가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난민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제정된 난민법의 취지를 볼 때 난민 심사를 받을 권리는 되도록 박탈하지 말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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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 시리아인들은 송환 대기실을 빠져 나와 난민 인정 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선고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시리아인 9명에 대한 선고도 곧 이뤄진다.
이번 판결이 난민 문제를 둘러싼 사법부와 정부 간 시각차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난민 신청자는 2012년 1143명에서 2014년 2896명, 지난해 57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금까지 난민으로 인정 받은 사람은 592명(전체의 3.38%)이다.

한편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성명을 내 “최근 언론을 통해 불거진 송환대기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본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난민들의 처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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