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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크리에이터로 산다는 것

중앙일보 2016.06.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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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데이브.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다가도 일 이야기가 나올 때면 사뭇 진지하다. 전호성 객원기자

23일부터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역시 1인 창작자들이다. ‘웹꾼, 세상에 포효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대도서관ㆍ데이브ㆍ도티ㆍ양띵 등 국내외 크리에이터 20여 명이 참여해 릴레이 토크부터 멘토링, 오픈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외국인 크리에이터 선두주자 데이브

데이브(David Kenneth Leveneㆍ27)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크리에이터 러시의 선두에 서 있기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2013년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한 ‘미국남자 데이브’의 페이스북 ‘좋아요’는 133만명이 넘는다. 영국남자 조쉬 뿐만 아니라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헤밍턴까지 다양한 국적의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만든 문화적 차이에 기반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콘텐츠가 그의 장기다. 13일 서울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처음에 어떻게 방송을 시작하게 됐나.
몇 년 전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던 ‘각도의 중요성’ 영상을 재미삼아 올린 적이 있다. 처음엔 ‘좋아요’가 30개 정도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3만 개가 되어 있더라. 신기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해서 그때부터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한국말을 굉장히 잘한다. 비결이 뭔가.
언어에 재능이 있어서? (웃음) 그냥 술자리에서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따라 한다. 아버지는 페루 쪽이고 어머니는 쿠바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와 스페인어를 같이 써서 그런지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게 어렵진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나라별 발음 비교’ 등이 인기가 많다.
제 친구들이 어떤 발음을 어려워하는지, 뭐가 발음이 애매한지 등을 보다 보니 그런 걸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밀한 스타일은 아니다. 아이디어 생기면 대본 안 짜고 바로 프리스타일로 하니까. 아티스트는 수학적으로 영상 계산하면 안 되고 그냥 감으로 느낌대로 가야 한다.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콜라보레이션도 많이 한다.
같이 해 보고 싶으면 대 놓고 연락한다. 대부분 오케이 하죠. 서로 도움이 되니까. 에리나는 친구 통해서 소개받았는데 케미가 잘 맞아서 거의 파트너처럼 자주 찍고 자주 만난다.
영상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컷 편집. 영상 보면 빨리 지나가서 정신없을 수도 있다. 나는 너무 긴 거 좀 재미없다. 그래서 스피디하게 만든다. 그리고 재미있어야지. 재미없으면 안 보겠죠. 그런데 그냥 재미있는 건 오래 못 간다. 따봉 많이 받으려고 아부질 하는 사람도 많은데. 음 저도 옛날엔 좀 그랬다. 철 들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웃겨도 도움되는 게 좋다. 다른 나라 문화에 관심 있으면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으니까.
한국과 미국 크리에이터들 차이점이 있다면.
일단 미국에는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거의 엔터테이너이고 100억 넘게 버는 사람도 있으니 완전 셀러브리티지. 한국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스케일 많이 커졌다. 환경도 좋아졌고. 외국에선 코미디도 많이 하고 게임도 많이 한다. 그런데 먹방은 처음 보고 진짜 놀랐다. 다른 사람 먹는 걸 왜 봐? 외국엔 그런 문화가 없다.
한국에서 크리에이터로 사는 데 있어서 뭐가 가장 힘든가.
꼭 한국이어서가 아니고, 사람들은 이거 만드는 게 쉬운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 아이디어 만들고 편집까지 하면 꼬박 4~5일은 걸린다. 지금도 찍어놓은 건 20편 정도 있는데 아직 편집을 다 못했다. 예를 들어 ‘비정상회담’에 나가면 프로그램은 PD와 작가들이 만드는 건데 나 같은 경우는 PD와 작가 역할을 다 혼자 해야 하니까. 맨날 영상에서 밝게 나오는데 평소에는 잘 안 웃고 진지할 때도 많다. 그래도 역시 재밌는 걸 만들고 나면 행복하다. 자랑스럽고.
앞으로 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
나중에 영화는 한 편 만들어보고 싶다. 영상이 다 똑같은 거 같아도 유투브 버전과 페이스북 버전이 다르다. 유투브는 일부러 제 채널 들어가서 구독하는 사람들인데 길어도 본다. 페북은 사람들의 집중력이 더 짧다. 스크롤 내리다가 재밌어야 멈춰서 보는 거니까. 더 짧고 웃긴 것들만 담아서 올린다. 그러니 영화는 같은 영상이어도 또 다를 것 같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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