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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쇄국?…황금시간대 한국 예능 편성 제한

중앙일보 2016.06.20 11:22
한류 프로그램의 중국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의 방송 정책과 심의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최근 외국 방송으로부터 판권(포맷)을 사들인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 편성을 제한하고 자체 창작 프로그램 편성을 늘리라는 내용의 지침을 각 방송국에 내려 보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의 가치와 문화를 중시하며 외국 방송 콘텐트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2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의 모든 위성 방송국은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10시 30분)에 외국으로부터 판권을 수입한 프로그램을 1년에 두 편 이상 방영할 수 없다. 또 기존에 방송되던 해외 판권 프로그램이외에 새로이 방송하는 신(新)프로그램은 일년에 한편으로만 제한되며 이 경우에도 첫해는 황금시간대에 편성할 수 없게 된다.

광전총국은 이어 ▶중국 방송사가 외국 기관과 협력해 만든 프로그램 ▶외국인을 주 제작자로 기용해 만든 프로그램 ▶외국인이 프로그램 제작에 지도적 역할을 해 만든 프로그램 가운데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완전하게 소유하지 못한 프로그램의 경우는 '판권 구매에 의한 외국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외국 방송사와의 공동제작이나 해외 제작진을 초빙해서 재(再)제작(리메이크)하는 경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바뀐 규정에 따라 판권 구매를 통해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려는 중국 전역의 위성 방송국들은 반드시 2개월 전에 성(省)정부와 중앙정부 광전총국의 사전 심의·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규정은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방송사들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자국내 판권을 사들인 뒤 중국 인기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제작·방송하고 있다. 중국 진출 자문회사 인베스트 베이징의 임훈기 대표는 "중국에서도 시청률이 높은 5, 6개 위성TV가 저마다 한국 예능 프로의 중국판을 제작해 방송 중"이라며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하던 포맷 편성 규제를 전면 확대하고, 규제 밖 영역이던 공동제작에까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2015년 중국에 팔려나간 한국 예능 포맷은 23편에 이른다. 그간 한국 예능 프로들은 공동제작 방식을 통해 '중국산' 프로로 분류되면서 편성규제를 피해왔다.

신화통신은 이번 규정이 만들어진 배경과 관련, 최근 외국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체 프로그램 제작 비중이 떨어진 상황을 들었다. 신화통신은 저장(浙江)성 위성TV가 수입한 SBS TV의 '런닝맨'과 네덜란드의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광전총국은 "오직 중국 문화의 유전자와 중국 특색, 중국 풍격, 중국 기풍을 담은 자주 혁신의 프로그램만이 '중국의 꿈'이라는 주제와 사회주의 핵심가치관과 전통문화를 더욱 잘 이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2014년 말 해외 드라마의 인터넷 방영 분량을 중국산 드라마의 30%로 제한하고 사전심사제를 도입했다. 윤종호 전 에브리원대표는 "최근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기대밖 성공을 거뒀지만 언제든 정부주도로 규제의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중국이라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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