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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분양권 야시장…과열 경고등

중앙일보 2016.06.20 02:14 종합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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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11시30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마련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 이른바 ‘떴다방’이 몰려 있다. 자정 무렵 청약 당첨자가 발표되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사진 황의영 기자]


아파트 분양시장이 이상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존 주택 거래는 얼어붙었는데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그러자 건설회사가 앞다퉈 ‘분양 밀어내기’에 나서 공급과잉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당첨 즉시 웃돈 노린 단타족·떴다방, 불법·편법 전매
기존 주택거래 25% 줄었는데 올 분양 47만건 쏟아져
공급 과잉 현실화 우려…입주 포기 쓰나미 올 수도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분양된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14만3000가구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연말까지 분양예정인 물량도 총 47만여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1만여 가구보다는 적지만 2011~2015년 연평균 물량(33여만 가구)보다 44% 많은 규모다.

지난해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졌지만 업계는 걱정하지 않았다. 올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고 올 2월(지방은 5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공급에 제동이 걸릴 거라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미뤄진 데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기존 주택에만 적용되면서 애초 전망과 달리 청약 열기가 지난해보다 더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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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국에서 임대주택·조합원 몫을 제외한 9만7000여 가구가 분양돼 1순위 평균 1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부산에선 1순위자 140여만 명 가운데 52만여 명이 청약했다.

반면 기존 주택시장은 냉랭했다. 지난달까지 주택매매거래량이 37만5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고 집값은 0.09%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기존 주택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월(지방 5월)부터 주택담보대출 때 상환 능력을 까다롭게 따지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했다.

그러나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대개 분양가의 60%) 대출인 집단대출은 손대지 않았다. 그러자 분양권에 거액의 웃돈이 붙었다. 리얼투데이가 올해 1~5월 전매된 분양권 5만4187건의 실거래가와 분양가를 비교한 결과 평균 1464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청약은 계약금만 있으면 돼 자금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웃돈을 챙길 수 있어 분양시장에 가수요가 부풀어 올랐다”고 지적했다.

자정 무렵 당첨자 발표와 동시에 분양권을 팔아 웃돈을 챙기려는 ‘단타족’이 늘면서 ‘분양권 야시장’이 개설될 정도로 분양시장이 혼탁해졌다.

지난해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 “올해를 두고 보자”던 전문가들도 분양 급증에 불안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급과잉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고 담보대출 부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물량은 2~3년간의 공사를 거쳐 입주하면서 주택시장에 실제 공급을 늘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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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올해 1~3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9조6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5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집단대출은 시공사 등의 보증으로 이루어지고 공사 동안엔 상환의무가 없어 부담 없이 받는다. 그러나 입주 후엔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돼 상환능력 없는 대출자들이 대거 입주를 포기하는 ‘입주 대란’을 부를 위험을 안고 있다.

글=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사진=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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