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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반대 45% vs 찬성 42%…사흘 새 뒤집혔다

중앙일보 2016.06.20 01:57 종합 6면 지면보기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어쩌면 지난 몇 주간 탈퇴 진영이 즐겼던 탄력이 당장엔 멈춘 것일 수 있다.”

BBC “탈퇴 쪽 탄력 일단 멈춘 듯”
향후 경제 불확실성 우려도 작용

18일(현지시간) 저녁 나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고 영국 BBC 방송이 한 평가다. 노동당 조 콕스(41) 의원이 테러범인 토머스 메어에게 살해당한 지 이틀 만에, 또 국민투표를 닷새 앞둔 시점에 나온 조사들이다. 콕스 사건 직전의 여론조사에선 탈퇴 진영이 대체로 5~7%포인트 앞섰다. 10%포인트 차이인 곳(ORB 온라인 조사)도 있었다.

18일 발표분에선 달랐다. 더메일(데일리메일의 일요판) 의뢰로 이뤄진 서베이션의 전화 여론조사 결과는 잔류가 45%, 탈퇴가 42%였다. 콕스 사건 이후인 17~18일 이틀간 조사했다. 15일자에선 각각 42%와 45%였으니 사흘 만에 전세가 역전된 셈이다.

유고브는 이날 두 개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선데이타임스에 게재된 건 잔류 진영이 44%로, 탈퇴 진영을 1%포인트 앞섰다. ITV와 함께한 조사에선 탈퇴 진영이 2%포인트 앞섰다. 선데이타임스의 경우엔 응답자의 3분의 1이, ITV에선 대부분이 콕스 사건 이전에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유고브 측은 그래서 “콕스 사건의 여파가 아직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지난주부터 쏟아져나온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해 유권자들이 우려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옵저버가 의뢰한 14~17일 사이 이뤄진 오피니엄 조사에선 양 진영이 44%로 동률이었다. 같은 기관의 10일자 조사에선 잔류 진영이 2%포인트 앞섰었다.

이런 가운데 테러범 메어의 극우 성향이 보다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는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형사법원에서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말했다. 법원 서기가 이름을 묻자 한 말이었다. 메어는 거듭된 질문에도 똑같이 답변했다. 이날 15분에 걸친 심리 동안 메어가 한 말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영국 언론들도 메어의 발언을 1면에 올렸다.

언론들의 입장 표명도 이어졌다. 영국의 보수 유력지인 더타임스가 18일자 1면에 ‘영국의 잔류가 왜 최선인가’란 제목과 함께 EU 잔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더타임스는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신문이다. 머독은 브렉시트 지지자로 알려졌다.

그간 언론계에선 파이낸셜타임스(FT)·가디언·데일리미러가 잔류, 데일리텔레그래프·데일리메일 등이 탈퇴를 지지하는 등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반면 더타임스는 모호한 편이란 게 정설이었다. FT는 “더타임스가 자체 편집권을 가지고 내부 토론 끝에 내린 결론 ”이라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로선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고 해설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언론 중에서 ‘영국을 지배하는 이들이 읽는 신문’으로 여겨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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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 사건 이후 중단됐던 선거운동은 19일부터 재개됐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자 선데이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콕스 의원은 품위 있고 동정적인 영국을 구현한 인물”이라며 “국민투표는 ‘어떤 영국이 되려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탈퇴 진영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잔류 진영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도 TV에서 맞붙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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