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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의료관광, 동남아인으로 눈 돌린다

중앙일보 2016.06.20 01:39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거리. 성형외과·피부과가 몰려 있어 ‘대한민국 성형 1번지’로 불리는 곳이지만 예전과 달리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성형수술 후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환자의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메르스, 잇단 성형사고 등 여파
지난해 중·러 환자 8~38% 감소
방한 베트남 환자는 6년 새 16배
관광 설명회 열고 통역사 채용

지난해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일부 병원의 성형사고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개업 3년차라는 JYP성형외과 박병호 원장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성형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그나마 외국인 환자가 꾸준히 늘었는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면서 이곳 병원들의 위기감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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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던 ‘의료관광 메카’ 강남구가 주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9만6889명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5만4540명으로 오히려 3.3% 감소했다. 매년 20~30%씩 급증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5만6603명을 유치한 경기도에 ‘전국 1위’ 자리도 내줬다.

특히 의료관광의 주축인 중국·러시아 환자가 급감한 게 타격이 컸다. 러시아 환자는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전년 대비 38.2%나 줄었고 메르스와 성형사고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중국도 8.3% 감소했다.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를 찾는 환자가 메르스 영향으로 40%가량 줄어든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강남구를 찾는 환자가 조금씩 다시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평년 대비 80~90% 수준이라는 병원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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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려워지자 강남구 의료기관들은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일본·러시아 등과 비교해 ‘새로운 블루오션’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을 찾은 베트남 환자는 2009년 327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316명으로 16배 이상 급증하면서 국가별 순위 7위를 차지했다. 필리핀 환자도 같은 기간 6.8배 증가했다. 안형선 강남구의료관광협회 사무국장은 “동남아의 경우 지리적 요인과 한류, 경제 성장 등의 영향으로 의료관광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삼성서울병원과 미즈메디병원 등 11개 의료기관이 강남구와 함께 베트남 호찌민에서 의료관광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무료 진료 상담과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 등이 진행됐다.

설명회에 참가한 베트남 여성 흐엉(24)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다. 나도 한국에서 코 성형을 받고 싶어 상담차 왔다”고 말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라오스·베트남 등은 아직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며 “규제 완화와 현지 설명회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성형외과는 태국·베트남 현지 방송의 성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 환자 국적이 다양해지면서 베트남어와 태국어 통역사를 채용하는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예전엔 거의 볼 수 없었던 히잡을 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환자들도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신동업 강남구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새로운 동남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의료관광 설명회를 추가로 열고 국가별 온·오프라인 홍보 채널도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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