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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유승민 복당’을 바라보는 친박들의 고백

중앙일보 2016.06.20 00:37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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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정진석(이하 경칭 생략)이 전임자(원유철)처럼 확실한 ‘신박’이 될 줄 알고 원내대표를 시켜줬는데, 이렇게 배신할 줄은 몰랐다. 군소정당(자유선진당) 출신인 데다 원외에 6년이나 있다 보니 충성심도, 감도 떨어지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을 밀어준 우리(친박)가 바보다. 억장이 무너진다.

좌우지간 물은 엎질러졌다. 우리가 밀어서 된 걸로 소문난 혁신위 외부 위원들조차 유승민 복당에 찬성표를 던졌다니 뒤집기는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정진석의 하극상을 눈감고 가면 안 된다. 김재원 정무수석이 정진석을 바이패스해 같은 검찰 출신으로 말이 통하는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직거래를 하게 해서라도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 원내대표 임기가 10개월 넘게 남았는데 지금부터 밀리면 끝장이다.

유승민이 예상보다 빨리 복당했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국회의장까지 야당에 내준 마당에 그의 복당은 얼마든지 질질 끌 수 있는 사안이었다.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당권을 잡으면 최소한 1년은 더 복당을 미룰 수도 있었다. 더더욱 정진석의 더듬수 식 쿠데타가 속 쓰린 이유다.

하지만 유승민이 당권엔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전대에 출마하면 많게는 4~5명 선에 달할 친박 후보들이 단일화할 게 뻔하다. 당내에 친박이 70명이나 되니 유승민이 제정신이라면 당권 대신 대권을 노리는 게 당연하다. 다만 그가 비박 후보를 지원하며 장난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니 전대 룰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데 룰 초안을 보니 대표 경선은 결선투표 없는 ‘원샷’ 방식이더라. 이러면 친박 후보가 2~3명이고 비박 후보가 1명일 경우엔 비박이 어부지리로 당권을 잡을 우려가 커진다. 원내대표가 배신자로 확인된 상황에서 당 대표까지 비박이 되면 친박은 끝장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박 대표’는 막아야 한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비극도 박 대통령 집권 이후 줄곧 비주류가 대표(김무성)·원내대표(유승민)·국회의장(정의화)을 독식해 온 데 있다. 세 사람이 사사건건 정부 발목을 잡고 아군에 총질을 해대니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총선 참패 친박 책임론’도 웃기는 소리다. 공천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모든 당이 치르게 마련인 통과의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공천 내홍으로 몸살을 앓지 않았나. 다만 그들은 한차례 진흙탕 싸움으로 공천을 매듭지은 반면 우리는 보름 넘게 질질 끈 탓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게 차이점일 뿐이다.

유승민이 워낙 밉다 보니 청와대와 우리가 그의 공천을 기피한 게 유권자의 반감을 산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공천을 엉망으로 만들어 총선 참패의 진짜 원인을 제공한 건 김무성이다. 그가 이한구 공심위원장의 결정을 사사건건 반대하니 인재 영입은 물 건너가고 함량 미달 현역들이 줄줄이 공천된 끝에 낙선한 것 아닌가. 게다가 당 대표란 자가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도망가는 코미디를 벌였으니 당 체면이 땅에 떨어지고 영남권·장년층이 등을 돌려 대패한 것 아닌가.

김무성은 당장 정계를 은퇴해도 시원치 않다. 그런데도 반성은 않고 대통령 원망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차다. 물론 우리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내년 대선에 후보로 내세울 인물이 없다. 현재로선 반기문을 미는 수밖에 없다. 야당이 문재인을 앞세워 기세를 올린다 해도 북한이 버티고 있는 한 국민들이 우리를 쉽게 버리진 못할 것이다. 대선은 총선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선 반기문은 우리의 든든한 카드다.

물론 반기문이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때는 누구를 밀어야 하나? 국민의당과 합당해 안철수를 대선 후보로 미는 옵션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과 철천지원수가 됐으니 우리와 손잡을 여지가 있다. 그러면 게임 끝이다.

우리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어떻게 잡은 정권인가. 어떻게 만든 새누리당인가. 때마침 평양 김정은 정권이 붕괴 조짐을 보인다. 우리가 흔들림 없이 주도권을 쥐어 가면 대운은 우리 편이다. 친박 만세. 박근혜 대통령 만세. 대구·경북 만세. 대한민국 만세.

강찬호 논설위원

※필자가 요즘 만나 들어본 친박들의 속내를 구술 형식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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