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청와대, 조속히 당·청 관계 회복 나서라

중앙일보 2016.06.20 00:36 종합 30면 지면보기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으로 격화됐던 새누리당의 내분이 19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회동으로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복당 표결 과정이 강압적이었다”며 사흘째 칩거해온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 원내대표가 찾아와 사과의 뜻을 밝히자 “진정성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출범한 지 겨우 한 달인 집권당 지도부가 간신히 붕괴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제 김 위원장이 속히 업무에 복귀해 당을 정상화하는 일이 남았다.

유 의원 복당 표결 과정이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측면은 있다. 그러나 그의 복당은 4·13 총선에서 나타난 호된 민심을 받들기 위해 비대위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였다. 새누리당 참패의 핵심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정치인을 강제로 쫓아내 유권자의 선택권을 배제하려던 데 있기 때문이다. 출범 2주일 동안 허송세월만 해온 비대위가 늦게나마 유 의원의 복당을 결정한 건 모처럼 할 일을 한 것이다.

당의 주류인 친박들은 이런 당헌·당규에 따른 비대위의 복당 결정에 극력 반발하며 뒤집기를 시도했다. 복당 논의 과정을 주재하고 표결 결정에 찬성한 김 위원장마저 뒤늦게 표결 분위기를 문제 삼아 당무를 거부했다. 청와대도 복당 결정 당일인 16일 잡혀 있었던 고위 당·정·청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총선 두 달 만에 처음 열리기로 돼 있던 이 회의에선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긴급한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이런 중요한 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건 복당 결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와 친박이 앞으로도 민심 대신 대통령의 뜻과 계파 이익을 앞세우는 행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당내 갈등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개연성이 크다. 이는 당·정·청 조율 기능 마비와 국정 공백으로 이어져 민생에 큰 피해를 안길 것이다. 당장 사흘 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투표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또 신공항 선정을 놓고 원수처럼 갈라진 영남권 민심을 다독여야 하는 등 나라 안팎에 현안이 쌓여 있다. 집권세력이 내분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하는 대로 조속히 당·정·청 회의를 열고, 정 원내수석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해결책은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다. 유 의원의 복당을 비롯해 자신의 뜻에 역행하는 당의 행태가 야속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총선에서 확인된 민의에 부응하기 위한 집권당의 불가피한 자구책이다. 대통령 임기가 1년8개월 남은 상황에서 당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청와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은 당의 엇박자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유 의원 등 국정 현안을 놓고 청와대와 의견을 달리하는 여당 의원들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대신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자산’으로 포용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