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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물고기 한마리가 흙탕물 만드는 연구비 비리

중앙일보 2016.06.20 00:07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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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줄기세포 사건 이후 우리나라의 연구윤리가 제도화된지 10년이 됐다. 이제 연구계·교육계에서 높은 윤리성과 정직성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바뀐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연구개발(R&D) 분야의 비리는 아직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위조·변조·표절 등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비 부정집행 등이 그 예다. 재단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지원과제수 2만여건에 견주면 연구비리는 지난해의 경우 11건으로 0.1%도 안될 만큼 적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옛말이 있듯이 소수의 잘못으로 연구계가 흔들릴 수 있고, 이는 나아가 우리 사회, 국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함께하는데 있다.

‘정직함(honesty)과 진실성(integrity)’이 무엇보다 중요한 학문의 영역에서 이런 일이 왜 계속되나. 사실 근본 문제는 연구자 스스로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제도와 규정, 공정한 감시와 감사 이전에 연구자 스스로의 윤리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구비는 정해진 틀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계속되는 연구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성과 중심의 연구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지바로(Ezbaro) 시스템과 4대 연구비 비리 근절 대책도 그 중 일부다. 이지바로를 이용하면 정부 부처, 주관 연구기관, 연구자 등이 연구비 사용액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연구비 집행을 시스템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 부정 사용의 사전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교수들의 학생 인건비 가로채기, 허위 영수증으로 연구비 타내기, 연구비 제멋대로 쓰기 그리고 연구비 빼돌리기 등의 이른바 4대 비리 연구비 부정 집행에 대한 처벌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현재는 연구자만 연구참여 제한과 연구비 반납등으로 제재하지만, 앞으로는 소속기관에도 공동책임을 부여해 기관 스스로가 이 문제의 뿌리를 뽑도록 할 방침이다.

미국의 경우 연구비리 당사자는 관련 학회에도 출석을 못하는 분위기이고, 참석하더라도 동료 교수들의 눈총이 따갑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통범칙금 떼이듯이 운 나쁜 사람이 걸리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학회에서 만나도 “김 교수, 요즘 고생 좀 한다며”라고 하는 정도다.

미래 사회는 우리에게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기를 요구한다. 연구의 출발은 순수하고 정의로운 마음과, 한 푼 한 푼이 국민의 혈세라는 책임감이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힘들고 어렵지만 국민들 한 명 한 명의 손으로 한 푼 한 푼 모은 것이 바로 국가연구비다.

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은 하루빨리 연구비 관리 문화를 정착시키고 성과 중심의 연구내용을 관리하는 체제로 바꿔가고자 한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진실되고 알찬 연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보여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의 정직성과 진정성을 언제나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 민 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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