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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진격의 중국 텐센트…세계 ‘콘텐트 패권’ 넘본다

중앙일보 2016.06.20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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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화텅 회장(左), 텐센트의 마스코트 펭귄(右)


세계 게임업계의 시선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와 모바일 게임 1위 업체를 놓고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텐센트’ 때문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이자 세계 1위 게임업체인 텐센트는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을 인수하기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와 막판 협상을 진행중이다.

모바일 게임 1위 슈퍼셀 인수 추진
성사 땐 PC게임 포함 선두 굳혀
비즈니스 모델 베껴 재창조해 성공
카톡 벤치마킹한 ‘위챗’도 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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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는 슈퍼셀의 지분 73%를 가진 대주주다. 지난해 ‘클래시 오브 클랜’ 등의 게임으로 21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벌어들인 슈퍼셀은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인수가는 90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인수 조건 등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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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세계 PC게임 매출 1위 업체인 라이엇게임즈의 대주주다. 텐센트가 이번 슈퍼셀 인수 협상에 성공할 경우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 양쪽을 아우르는 강력한 1위 업체로 떠오르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게임 시장은 302억 달러 규모로 PC 게임 시장(330억 달러)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PC 메신저 QQ, 모바일 메신저 위챗, 텐센트 웨이보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내 온라인 게임 유통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QQ의 월간 이용자 수는 8억3000만명, 스마트폰을 통해 위챗을 사용하는 사람도 5억5000명으로 집계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중국인 대부분이 QQ나 위챗을 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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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문을 연 텐센트는 중국 선전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마화텅(馬化騰)이 창업한 회사다. 성장 비결은 ‘모방’과 ‘인수합병’이다. 초창기 텐센트는 선발 주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베껴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QQ는 미국 아메리칸온라인(AOL)의 메신저 ICQ를 모방해 만든 메신저다. 처음엔 QICQ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AOL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한 이후 QQ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대 초에는 한국 싸이월드의 아바타를 본떠 유료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되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 스티커 등을 판매한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은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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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의 텐센트 본사 로비. 텐센트는 바이두·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정보기술(IT)업체로 꼽힌다. [중앙포토]


텐센트의 ‘베끼기’ 전략은 중국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시나닷컴을 창업한 왕즈둥(王志東) 전 회장은 “마화텅은 카피로 악명 높다”고 비꽜고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도 “텐센트의 문제는 혁신이 없다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마화텅은 “베끼는 것은 사악한 것이 아니다”는 말을 즐겨한다. 기존 서비스를 단순히 베낀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재창조’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QQ는 고객 정보를 PC가 아닌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기존 ICQ 메신저와 차별화했다. 오프라인 상태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다른 기기에서도 QQ 친구 명단을 그대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위챗은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 게임과 금융,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모방과 재창조로 성장한 이후엔 세계 유망 기업에 과감히 투자해 덩치를 키웠다. 2011년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개발한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텐센트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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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과도 인연이 깊다. 2000년대 한국 온라인게임을 중국 현지에 배급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온라인 총싸움 게임(FPS) ‘크로스파이어’로는 1조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이 게임은 동시 접속자 수 400만 명을 돌파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 역시 텐센트에 많은 돈을 안겨줬다.

2012년 카카오에 720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9.9%를 인수했고 현재도 3대 주주를 지키고 있다. 이후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28%를 5330억원을 사들이고 YG엔터테인먼트에 358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콘텐트 산업에도 깊게 침투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 게임 개발사에도 수입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텐센트는 바이두·알리바바와 함께 BAT(Baidu·Alibaba·Tencent)로 불리며 중국 IT 3대 기업으로 꼽히지만 사실 대주주는 남아공의 미디어 회사 내스퍼스(Naspers)다. 내스퍼스는 텐센트의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인 마화텅의 지분율은 1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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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신문사로 시작한 내스퍼스는 태국·필리핀·러시아·브라질 등 130여개국의 인터넷·미디어산업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최대 포털 사이트 메일루(Mail.ru)도 내스퍼스가 주요 주주다. 2001년부터 텐센트의 최대 주주인 내스퍼스는 텐센트에 투자해 15년 간 약 4000배 수익을 냈다. 세계로 진격하는 텐센트의 전략이 대주주인 내스퍼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정민 단국대 지식재산벤처경영학과 교수는 “텐센트의 공격적인 인수 합병은 국내 IT기업에도 위협적이다. 텐센트의 전략적인 인수 합병과 모방을 통한 재창조 능력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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