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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김제동, 침묵 뒤에 오는 진짜이야기

중앙일보 2016.06.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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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있을 때마다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를 즐겨본다.
보통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청중 중심’ 토크 프로그램이다.
차마 말 다 못하고 살다 조심스레 털어놓는 보통사람들의 속내,
남의 이야기 일진데 마치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하여 챙겨보는 편이다.

지난달 ‘톡투유’가 방영된 지 일 년이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진행자 김제동을 만났다.

취재기자가 지난 1년의 소회를 물었다.
“다들 참 많이 이야기 하고 싶었구나, 그것을 느꼈습니다. 한번에 2만 여명이 신청을 합니다. 그 중에 3~4백 명만 선정됩니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의 확장이니 재미없을 수 없죠. 김제동의 이야기는 재미없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미없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들의 이야기는 재미있되 의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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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는 것,
매번 2만 여명이 신청하는 이유였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톡투유’에 빠져든 이유이기도 했다.

진행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이었다.
“제가 할 일은 참여자들에게 마이크를 넘겨주는 겁니다. 저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비난받지 않는다, 판단 받지 않는다, 조롱받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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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솜씨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그다.
그런데 역할이 ‘듣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난 일 년간 이 역할을 통해 ‘대화 중 침묵’조차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침묵이 와도 제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침묵 뒤에 진짜 이야기가 올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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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뒤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기자이기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 묻고 답을 들어왔다.
고백하건대 물었을 때 답 대신 돌아온 침묵을 두려워했다.
서로 어색한 침묵, 온갖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혹 불편한 질문이었을까, 행여나 기분이 나빴을까 하여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질문 돌려 분위기를 전환해버리기 일쑤였다.
‘침묵 뒤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 준비를 하며 거울을 세워두었다.
카메라가 아니라 거울을 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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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마주한 그에게 질문을 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엔 소홀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것을 방치하다가 크게 아프기도 하던데요. 스스로와 마주 본 적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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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에 답이 없었다.
안경을 곧추세우며 한참 거울만 응시했다.
침묵이었다.
답하기 곤란한 듯 묘한 표정이 비쳤다.
그 표정을 보고 괜한 일을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도 그가 들려준 침묵의 의미에 따르자면 기다려야 했다.
호흡을 고른 후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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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랬습니다. 서른일곱 즈음, 한 삼 년간 심리 상담과 공부를 했습니다. 그 전엔 나를 마주하는 일이 참 슬펐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마주 볼 수 있습니다. 그때 그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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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 스스로 ‘‘Talk to 김제동’하듯 한 고백,
침묵 뒤에 온 그의 진짜 이야기였다.

이젠 자신과 악수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또 침묵이었다.
또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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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그 구절을 읽으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젠 내 스스로와 악수를 할 수 있습니다.”

침묵 뒤에 온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자신과 마주하는 일조차 슬펐던 사람이다.
자신에게 내미는 손에조차 눈물과 위안이 필요했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오늘의 김제동이 있는 게 아닐까?.
 
바로잡습니다.

첫 기사에 ‘한 삼 년간 정신병원 신세를 졌습니다’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정신병원’과 관련된 수많은 댓글을 보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치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한 것처럼 이해할 수 있는 명백히 잘못된 표현이었습니다.

이는 변명의 여지없는 제 잘못입니다.

사과와 아울러 제 잘못을 바로 잡습니다.

정확히 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심리상담을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심리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 후 "상담과 공부를 아우른 게 삼 년이었다"고 했습니다.

김제동씨는 물론 독자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

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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