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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건강보험 적용 안돼 약값 연간 수억원대 … “약가 정책 새 패러다임 필요”

중앙일보 2016.06.20 00:01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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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학회는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대한암학회]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얼마 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앓던 흑색종(피부암의 일종)이 치료되면서 이름을 높인 ‘면역항암제’가 주인공이다.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을 없애는 새로운 방식이다.

약값 비싼 면역항암제

암세포는 특정 물질을 내보내 면역세포로부터 자신을 숨긴다. 면역항암제는 이 가면을 벗겨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하도록 한다. 암세포나 정상 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구토·탈모·소화장애 같은 부작용이 적다. 특히 이론적으론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미 흑색종과 일부 폐암(비소세포폐암)에 효과가 검증된 상태고, 신장암·대장암·두경부암 같은 고형암은 물론 림프종 같은 혈액암에도 효과가 인정되는 추세다.

하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부작용과 내성이 적다곤 하지만 장기적인 연구가 충분치 않다. 환자마다 기대 효과가 다르다는 점도 극복할 문제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지금까지의 연구에선 환자 10명 중 2~3명에게 특히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환자가 이 항암제에 반응하는지 확실치 않다.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치료 효과가 4배가량 높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약값이다. 한 명의 환자가 치료받으려면 연간 수억원대의 약값이 들어간다. 아직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이 적용돼도 문제다.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로 모든 환자가 보험 혜택을 볼 수 없어서다.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선 국내 암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건강보험 급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허가와 보험급여를 위해 비용효과와 재정영향 등 고려할 점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결정을 미룰 순 없다.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열홍 교수는 “완치에 가까운 효과가 있는 항암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험 정책과 약가 정책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도 보험급여 필요성과 한정된 보험재정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고형우 과장은 “건강보험 재정에 한계가 있고,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치료제의 부작용 역시 다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급여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과 6월 각기 다른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 급여 신청을 해 현재 검토 중”이라며 “더욱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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