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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난임시술, 배아 발달 실시간 관찰해 좋은 것만 선택, 임신율 높였다

중앙일보 2016.06.20 00:01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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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연구실장이 배아의 성장 과정의 미세한 이상까지 발견하는 최첨단 장비 `타임랩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장비는 배아 이식 전까지 외부 환경에 전혀 노출되지 않아 배아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장비 도입 후 10% 포인트 증가했다. 프리랜서 김정한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는 놀랄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남성의 정자 수가 최근 6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운동성도 많이 감소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난자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정자가 부지기수라는 것. 시험관아기 시술도 위기를 맞았다. 예전에는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시험관에 넣어두기만 해도 수정란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제는 따로 처리하지 않으면 배아를 만드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는 게 난임 연구자들의 말이다.

특성화센터 탐방│마리아병원 시험관아기 배아연구센터 윤혜진 실장

한국의 마리아병원은 이런 위기를 어느 기관보다도 절감해 첨단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병원이다. 아무리 좋은 의사가 있더라도 배아연구팀에서 질 좋은 수정란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헛수고다. 배아를 아예 이식하지 못하거나, 착상되더라도 얼마 못 가 유산될 수 있다. 이곳에서 21년 동안 시험관아기 배아 연구를 이끌어 온 윤혜진 연구실장을 만나 마리아병원의 배아 배양 기술의 현재·미래를 들었다.
 
좋은 배아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나.
“요즘은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수정시키는 게 참 쉽지 않다. 요즘 정자들은 난자 근처에 두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운동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말이다. 가장 좋은 정자 한 개를 선택해 난자에 찔러 넣어주거나 인위적으로 정자나 난자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또 문제다. 난자와 정자의 수정이 어렵게 성사됐다 하더라도 다음 단계인 ‘배양’이 문제다. 외부에서 최대한 키워서 넣어줘야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수정란이 다 같은 게 아니고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 한 가지 배양액만 쓰는 게 아니라 특성에 따라 배양액을 선별해 사용해야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배양액을 직접 개발했나.
“우리 센터에선 연구원들의 경험이 워낙 많다 보니(평균 근무연수 18.6년) 어떤 배아에 어느 배양액이 적합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아예 맞춤 배양액까지 개발하게 된 것이다. 기존 배양액은 가격도 비싸지만 해외에서 수입하다 보니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때도 있다. 배송 중 문제가 생기면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 병원은 자체 개발 배양액과 수입 배양액을 병행해 사용한다. 모든 배양액은 사전 안전성 테스트를 하기 때문에 혹시 수입 배양액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다른 배양액을 선택해 쓸 수 있다.”
고가의 첨단 장비도 도입했다는데.
“일반 현미경으로는 정자를 200배율·400배율로 보는데, 결함을 놓치는 경우가 꽤 있다. ‘IMSI’라는 장비는 최소 6000배 이상의 고배율로 정자를 관찰할 수 있어 정자의 핵에 있는 미세한 결함도 발견한다. 이 장비 도입 후 기존 시술법으로는 실패했던 환자의 임신율이 10% 포인트 넘게 향상됐다. ‘타임랩스(Time Lapse)’라는 시스템 장비는 배아의 성숙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식 직전까지 매일 꺼내어 보지 않아도 배아가 잘 발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외부 환경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분열 단계에서의 비정상적 발달까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배아를 객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 14대가 있는데, 우리 병원에 8대가 있다. 배아를 냉동할 때도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임신이 될 만한 고품질의 배아만 선택할 수 있어서 환자가 지출하는 냉동보관료를 줄일 수 있다.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정자·난자 뒤바뀜을 막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아시아권 최초로 검증 시스템을 개발했다. 부부의 손등 혈관을 등록해 시험관아기 시술 각 단계에서 QR코드를 붙여 뒤섞임이 일어날 수 없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파 등 유해요소가 개입되지 않도록 수백 번의 실험을 거쳤다. 최근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영국의 시스템보다 보다 진일보한 시스템이라고 자부한다. 이런 시스템 적용에 드는 비용은 환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했다.”
환자의 마음까지 고려한다고 들었다.
“배아 착상이 잘 되려면 스트레스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2008년 국내 최초 심신의학센터를 만들어 음악·미술·웃음치료, 심리·영양상담, 춤·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치료(비용부담 없음)다. 난자 확인을 위해 이틀에 한 번꼴로 피검사를 받던 시스템도 없앴다. 우리 병원에선 난자 채취까지 2~3번 정도의 초음파 검사만 해도 난자의 성장 정도를 체크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배양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현재 뉴욕에 설립된 분원은 현지에서도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은 의료기관으로 평가받으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부부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시험관아기 시술(IVF)
난자나 정자, 또는 부부의 생식기관에 문제가 있어 수정란을 자연적으로 만들 수 없을 때 시술한다. 체외에서 난자·정자를 인공적으로 수정시켜 배아(수정란)를 만든 후 자궁 내로 직접 이식시킨다. 채취된 난자·정자 중 수정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별해야 하며, 여성의 몸 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배양해 가장 좋은 수정란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 못지않게 배양 연구팀의 기술력이 중요하다.

 
시험관아기 최다 시술 …‘포배기 배아이식술’ 첫 개발

국내 최대 난임센터 마리아병원
마리아병원은 1989년 의원급 최초 시험관아기 시술을 성공시킨 후 난임 분야 연구와 임상에서 줄곧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90년에는 동양 최초 ‘자연배란주기 이용 시험관아기’를 탄생시켰다. 보통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약과 주사를 처방해 난자를 많이 배란시킨 후(과배란) 배아를 만들었다. 배아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마리아병원은 약·주사 처방 없이 자연적으로 배란되는 난자만으로도 배아를 만드는 데 처음 성공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성숙 시험관아기 시술’로도 주목을 받았다.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부작용이 생기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인 여성의 경우, 미성숙된 난자라도 채취해 이를 배양시켜 수정란을 만들어야 했다. 고난도 배양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지 않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술이었는데, 이에 도전했고 현재 국내 최다 시술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95년에는 국내 최초 ‘포배기 배아이식술’도 개발했다. 원래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후 5일째 되는 날(포배기 단계) 이식시키는 게 가장 좋지만 국내에서는 5일까지 배양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없어 2일째 자궁으로 집어넣곤 했다.

마리아병원에서는 끊임없는 연구 끝에 배아 성장 각 단계에 맞는 배양액을 자체 개발하고, 난자 주변 세포와 공동 배양하는 신기술을 접목시키면서 포배기배아 이식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후 국제학회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전 세계에 한국 난임시술 수준을 널리 알렸다.

마리아병원은 배양 연구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국내 최대의 연구 중심 난임센터로 거듭나고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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