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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폰은 왜 김연아 대신 배트맨, 아이언맨을 선택한걸까?

중앙일보 2016.06.18 17:41
이젠 스마트폰도 ‘히어로’의 시대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유명 배우, 운동 선수를 모델로 등장시킨 ‘스타 폰’을 앞세웠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배트맨ㆍ엑스맨을 비롯한 ‘아메리칸 히어로’를 캐릭터화한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 숨겨진 제조사들의 전략은 뭘까.

2003년 이효리의 ‘애니클럽’,  2009년 김연아의 ‘햅틱’ 등 무수히 많은 연예 스타를 광고모델로 썼던 삼성전자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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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당시 인기를 끌었던 피처폰 ‘연아의 햅틱’. 국내서만 100만 대 이상 팔렸다. [사진 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가 한정 모델로 출시한 갤럭시S7 ‘배트맨 폰’은 판매 9분 만에 모두 매진됐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온라인에서 배트맨폰을 판매한 지 9분 만에 한정 수량 1000대가 모두 접수 마감됐다.

배트맨폰의 정식 명칭은 ‘갤럭시S7 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 뒷면 하단에 0001부터 1000번까지 한정판 일련번호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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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판매를 시작한지 9분 만에 한정수량 1000대가 모두 팔린 ‘갤럭시S7 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 [사진 삼성전자]

제품 뒷면 중앙에는 삼성 로고, 이동통신 업체 로고 없이 배트맨을 상징하는 금색 박쥐 문양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면 잠금화면과 배경화면에도 배트맨 캐릭터가 기본 탑재돼 있다.

삼성 배트맨폰의 가격은 119만 9000원. 일반적인 갤럭시S7(80~90만원 대)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비싸다.  그렇지만 판매 시작과 동시에 3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오류가 발생해 300대가 초과 접수ㆍ결제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사업을 글로벌 단위로 펼치는 만큼, 조금 더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모델을 찾게 됐다”면서 “배트맨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히어로인만큼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삼성은 2015년 아이언맨 캐릭터를 입힌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으로 재미를 봤다. 온라인 예약접수를 시작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매진됐다.

삼성에 뒤질세라 LG도 히어로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삼성과 라이벌 의식을 묘하게 느끼는 LG이니만큼 배트맨과 같은 DC코믹스가 아닌 마블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엑스맨’을 골랐다.

LG는 이르면 다음 주 미국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6명과 매칭한 중저가 스마트폰 ‘X시리즈’를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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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LG전자 독일법인이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올린 X스마트폰 관련 마케팅 포스터. 영화 ‘엑스맨’ 캐릭터들이 묘사돼 있다. [사진 LG전자]

X맥스, X스타일, X스크린, X캠 등 4종으로 나오는 일명 ‘엑스맨폰 에디션’은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징을 각각에 스마트폰에 접목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이트크롤러는 어두운 곳에서도 시야가 밝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스마트폰이 꺼진 상태에서도 시간ㆍ날짜ㆍ문자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세컨드 스크린 기능 ‘X스크린’과 매칭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이번에 준비중인 엑스맨폰은 영화속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스마트폰과 매칭하는 방식으로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ㆍLG가 유명 연예인이 아닌 영웅 캐릭터를 앞세워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는 다분히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배트맨은 1990년대부터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이며, 엑스맨도 현재까지 8번째 시리즈가 나왔을 만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미국 모토로라가 2008년 내놓은 ‘베컴 폰’만 보더라도 당시에는 유명연예인 또는 운동선수를 휴대전화와 매칭하는 게 전 세계적 트렌드였지만 이제는 찾아 보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애플의 홈 그라운드인 미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삼성ㆍLG 입장에선 ‘보다 더 미국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영웅 마케팅을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하는 건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경우 ‘한류 스타’를 앞세운 마케팅에 여전히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레노보의 자회사 ‘북경성기공장과기유한공사’는 지난 3월 ‘주크 김수현 스타폰’을 내놨고, 한 달 뒤 ‘주크2 김수현 스타폰’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뒷면에 후면에 한류스타 김수현의 싸인을 새겨놓은 것이 특징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출시 직후에는 3~4배의 가격으로 중국의 김수현 팬들 사이에서 뒷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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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레노버 자회사가 출시한 ‘주크2 김수현 스타폰’. 김수현 싸인을 새겨넣었다. [사진 레노보코리아]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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