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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e메일 협박에도…콕스, 가족과 EU 잔류 운동

중앙일보 2016.06.18 01:41 종합 3면 지면보기
“인간애와 이상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노동자의 딸, 템스강 배에서 생활도
수단 구호활동 땐 난민 참상 목격
의원 돼서도 이민 문제에 적극적

16일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이 주민 간담회 도중 피습당해 숨진 사건에 대해 일간 가디언은 이같이 규정했다. 그는 피습 전 3개월간 협박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받아왔고, 당국이 엄중 경호 여부를 검토 중이었다고 데일리메일이 17일 보도했다.

콕스 의원은 잉글랜드 북부인 웨스트요크셔 바틀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자랑스러운 요크셔 아가씨’라고 자칭할 정도로 출신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하며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갔다. 아버지는 치약·헤어스프레이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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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이 지난 15일 템스강에서 유럽연합(EU) 잔류를 뜻하는 ‘IN’ 깃발을 들고 남편·자녀와 함께 보트를 타고 있다. [사진 트위터]


콕스 의원은 국제 구호기관인 옥스팜·세이브더칠드런에서 활동했다. 이때 아프가니스탄·수단 등 분쟁지역을 돌며 빈곤과 참상을 목격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승리한 후에도 난민·이민 문제에 적극적이었다. 콕스 의원은 지역구인 버스톨에서 가족과 살며 의정 활동을 위해 런던을 오갔다. 런던에선 템스 강에 정박한 배에서 살았다. 런던의 살인적 주거비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해야 한다는 신념의 소유자였다. 지난 10일 트위터엔 “이주민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합당하지만 그것이 EU를 떠나는 좋은 이유는 아니다”고 썼다. 사건 전날 남편인 브렌던 콕스와 아들(5)·딸(3)이 소형 보트를 타고 템스 강에서 ‘IN’(잔류) 운동을 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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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17일(현지시간) 웨스트요크셔 버스톨의 조 콕스 의원 사망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코빈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두 사람은 콕스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고 브렉시트로 분열된 영국의 정치 통합을 주문했다. [버스톨 AP=뉴시스]


콕스 의원의 피살 소식에 영국은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버킹엄 궁과 총리 공관인 다우닝가 등 런던 거리엔 조기가 걸렸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함께 버스톨 사건 현장을 조문했다. 연대의 뜻을 보여주는 이례적 행보다. 캐머런 총리는 “두 아이는 어머니를, 남편은 아내를, 의회는 가장 열정적인 의원을 잃었다”며 “우리는 그의 죽음 이후 정치분열과 증오를 몰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코빈 대표도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증오의 우물이 그를 죽였다”고 애도했다.

보수당은 장차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영국 BBC방송의 선임 기자 로라 쿠센버그는 “콕스 의원은 진정 스타였다. 용기 있고 재미있으며 영리했다. 그와 잠시라도 말을 나누면 그의 열정과 헌신에 감복해 하루가 나아지곤 했다”고 추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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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그는 모든 분야에서 편견을 거부하고 우리를 하나로 묶는 모든 것을 껴안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영국은 힘을 합쳐 증오와 폭력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콕스 의원의 남편 브렌던은 “아내가 원하는 건 두 가지일 것이다. 아이들이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두 하나가 돼 그를 살해한 증오와 싸우는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반증오 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용의자 토머스 마이어가 1990년대 신나치 단체로부터 사제 총 제작법이 담긴 서적을 구입했다”며 관련 영수증을 공개했다. 1940년대 독일 나치가 펴낸 책 『나는 전쟁을 벌인다(Ich Kampfe)』를 산 기록도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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