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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친박 “이원집정제” 문재인 “미국식 4년 중임제”

중앙일보 2016.06.18 01:38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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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마처럼 정치권을 떠돌던 개헌론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20대 국회 개원사(6월 13일)로 분출됐다. 하지만 논의의 주체에 따라 개헌론의 방향과 속도는 제각각이다.

여야·대선주자들 제각각 개헌론
대통령 “개헌은 블랙홀” 부정적
친박, 반기문 카드 활용한 포석
안철수 “나라 기본 틀 논의 먼저”


현직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들은 개헌이라는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정 의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 권력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들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개헌론의 속도와 현실화 여부는 이런 입장들이 어떻게 하나로 조율되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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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는 일종의 개헌 ‘가이드라인’이 있다. 2014년 10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개헌 논의 등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키면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과 4월 언론사 국장 간담회에서도 ‘개헌 블랙홀 주장’을 재확인했다. 그래선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87년 체제’의 한계엔 동의하지만 정치인 몇몇이 주도하는 개헌은 필패할 것”이라며 “범국민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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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꺼풀을 벗겨 보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론에서 보듯 유력 대선 주자가 없는 여권에선 생각보다 권력분점형 개헌론의 열기가 뜨겁다. 친박 인사들까지도 대통령이 외교·국방을, 총리가 내치를 나눠 맡는 이원집정부제를 거론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개헌을 통해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무성 전 대표도 2014년 10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각제는 집권 기반과 통치 기반이 바뀔 수 있는 구조여서 타협과 민의 반영이 가능하다”고 말했으며, 역시 분권형 개헌론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개헌과 함께 국회·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지지했다. 한국외대 이정희(정치학) 교수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여권은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도 언제까지 ‘어려운 경제’만을 내세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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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순환 주기를 내세워 정권교체에 기대를 걸고 있는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개헌론에 뜨뜻미지근한 입장이다.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 한 토론회에서 “미국식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을 공약했다. 문 전 대표의 측근 인사는 “국민 공감을 전제로 중임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면서 “여권의 이원집정부제 논의는 유력 후보가 없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6일 “개헌은 필요하고 나름대로 생각은 있지만 대한민국의 기본 틀을 만드는 논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방 분권을 강조한다. 박 시장은 2014년 11월 중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4년 중임제가 다수 국민의 생각이며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개헌 시기는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2032년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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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에서 유학한 김종인 대표는 최근 “연정 없이는 정부 설립이 불가능하게 돼 있는 독일식 내각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국민들이 대통령을 스스로 뽑기 원하기 때문에 대통령 직선제는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개헌의 적기이며 내년 대선에서 후보 모두가 개헌을 공약해 표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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