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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대통령·차기주자·의원들 이해 따라 번번이 좌절된 개헌 “대통령 의지와 국민 절박함, 둘 다 있어야 10번째 개헌”

중앙일보 2016.06.18 01:35 종합 4면 지면보기
역대 국회마다 늘 개헌론의 불씨는 있었다.

역대 국회마다 개헌론, 왜 무산됐나
“권한 줄어든다” “선거에 영향준다”
대부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4년 6월 17대 국회 개원식 때 김원기 당시 국회의장은 “제2의 제헌국회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재의 권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18대 국회에서도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헌법을 만들자”며 의장 직속으로 헌법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자문위는 2010년 무려 2000쪽짜리 연구보고서를 냈다. 지난 13일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헌은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는 연설은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입법부의 수장이 나섰음에도 실제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말해 ‘욕심’ 때문이다. 욕심에 흔들린 당사자들은 현직 대통령이기도 했고, 차기 대선 주자이기도 했으며, 다수 국회의원들이기도 했다.

19대 국회 여야 의원 154명으로 구성된 ‘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의 간사를 지냈고, 『개헌을 말한다』는 책까지 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은 17일 “대선 주자나 국회의원들이 개헌으로 인해 당장 본인의 권한과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사무총장은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경제·민생 현안에 대한 정권의 정책 추진력이 약해진다는 ‘개헌 블랙홀’도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18대 국회 때 헌법 연구모임인 ‘미래한국법연구회’ 대표를 지낸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2008년 개헌 연구가 한창 진행됐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만큼 개혁을 위한 입법 드라이브가 더 중시돼 개헌 논의가 막혔다”며 “2010년 지방선거 때 다시 개헌이 거론됐지만 당시엔 (지지율이 앞섰던) 야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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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이 현실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현직 대통령·국회의원의 임기 단축도 개헌 논의 활성화를 가로막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종료 시점이 일치하지 않아 개헌을 할 경우 어느 한쪽의 임기가 줄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새 헌법이 내년 12월 대선 때부터 적용된다면 현 국회(20대)의 임기 단축은 불가피하다. 2018년 2월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국회도 새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현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의회의 임기 보장을 위해 구(舊) 체계를 남겨두고 새 헌법을 가동하도록 개헌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평소 개헌을 주장하다가도 당선 이후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987년 개헌이 성사됐을 때 당시 12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1년이 단축됐다. 우윤근 사무총장은 “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임기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고는 이번에도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선출된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개헌 적용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정 헌법을 21대 총선(2020년 4월)부터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2018년 2월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2년으로 줄게 된다. 차기 대선 주자들은 내키지 않겠지만 아직 누가 당선될지 불확실한 만큼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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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실시됐던 2012년이 개헌 적기였는데 당시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소극적이어서 안 됐다”며 “이번엔 국민이 개헌을 한다는 입장으로 추진해야 한다. 당장의 권한과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면 개헌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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