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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맘충’소리 안 들어 좋다…“주말엔 키즈카페 가려고 1시간 줄서요”

중앙일보 2016.06.18 00:46 종합 13면 지면보기
두 살짜리 딸을 둔 황성미(34)씨는 요즘 외식을 하거나 모임 장소를 정할 때마다 ‘키즈룸(실내놀이터)’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얼마 전 고깃집에 딸을 데리고 들어가자마자 “맘충이다”며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난 뒤부터다.

엄마들에게 인기 끄는 ‘웰컴키즈존’

‘맘충’은 ‘맘(Mom·엄마)’과 벌레 ‘충(蟲)’을 합성한 신조어로 식당·카페 등에서 떠들고 장난치는 자녀들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엄마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황씨는 “아이 전용공간이 있는 식당에 가면 다른 손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편하게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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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의 키즈카페 ‘릴리펏’에선 엄마들이 이탈리안 요리와 차?맥주 등을 즐기면서 자녀가 놀이방에서 노는 모습을 편하게 지켜볼 수 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마음 놓고 아이와 동행할 수 있는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이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육아 카페들에선 웰컴키즈존의 자격을 갖춘 식당과 카페 리스트, 그리고 방문 후기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최근 ‘노키즈존’(No Kids Zone·영유아 및 어린이 동반 고객 출입금지) 식당과 카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엔 남의 아이가 소란을 피워도 ‘내 아이도 언젠가 저럴 수 있다’는 마음에 어느 정도 이해하는 정서가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공공장소에서 설 자리가 좁아진 아이 엄마들이 그들만의 공간을 찾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16일 서울 청담동의 한 키즈카페. 입구에 들어서자 평일 점심 시간인데도 매장 안은 부모와 아이들로 북적였다. 엄마들은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며 자녀가 놀이방에서 뛰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메뉴판에는 각종 이탈리안 음식은 물론 수입 맥주도 다양했다.

아이 한 명당 입장료는 1만2000원(12개월 미만 무료). 음료 가격도 일반 커피 전문점보다 20~30%가량 비싸지만 아이가 있어도 편하게 레스토랑급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다.

박소미(31)씨는 “아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괜히 죄인이 된 것 같고 아기 의자나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서 난감했던 적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키즈카페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국의 키즈카페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436곳이다. 주로 일산·판교·동탄 등 젊은 부부가 많은 신도시 지역에 몰려 있다. 구매력이 높고 외식 욕구가 큰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다은 릴리펏 키즈카페 대표는 “3년 전에 1호점을 연 이후 지금은 전국에 17곳까지 매장을 늘린 상태”라며 “미쉐린 투 스타 레스토랑 출신의 이탈리안 셰프를 영입해 음식 수준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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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3층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다.


서울 근교에 자리 잡은 쇼핑 아웃렛도 아이를 공략해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송도에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이 대표적이다. 전체 3개 층인 이곳은 3층의 절반을 어린이 놀이터와 키즈카페, 유아용품 전문점 등으로 꾸몄다. 두 살 아들과 이곳을 찾은 김보라(31)씨는 “백화점은 실내라 답답하고 유모차가 있다 보니 층을 오르내리기도 쉽지 않다”며 “주말을 이용해 아이와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쇼핑하러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웃렛에서 30~40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71.3%로 현대백화점(51.3%, 지난해 기준)보다 훨씬 높다. 김보화 마케팅 과장은 “이제는 여성 대신 가족을 잡아야 하는 시대”라며 “쇼핑에 함께 온 아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콘텐트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아웃렛들도 유사하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뽀로로 키즈파크를,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은 어린이 기차를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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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인천 SK행복드림구장 3루 내야 복도에 조성한 ‘뉴키즈존’.


육아를 분담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웰컴키즈존도 늘어나는 추세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4월 야구장 복도에 ‘뉴 키즈존(New kids zone)’을 조성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유아방과 캐릭터존을 두고, 맞은편엔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대형 TV를 설치했다.

하지만 웰컴키즈존이라고 아이들을 방치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실제로 키즈카페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키즈카페 안전사고는 230건으로 전년(45건)보다 5배로 급증했다.

또 자녀를 무조건 풀어놓기보다 타인들과 공존하는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만 5세 전후인 ‘학령전기’부터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하며 자연스럽게 예의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며 “웰컴키즈존에 가더라도 친구와 싸우면 안 된다거나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등 그곳에도 엄연한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공공장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아이에게 지켜야 할 것을 단계별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 아이가 흥분하거나 감정조절을 하지 못할 때는 야외나 화장실 같은 분리된 공간으로 데려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프랑스엔 노키즈·웰컴키즈 식당이 없는 이유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육아법’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를 자립적이면서도 예의 바르게 키울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다. 프랑스에선 식당에서 말썽을 피우는 아이도 거의 없고, 아이를 제지하지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부모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의 파멜라 드러커맨(미국)은 결혼 후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며 쓴 책 『프랑스 아이처럼』(북하이브)에서 그 이유를 ‘기다림의 훈련’으로 설명한다. 프랑스 엄마들은 수유기 때부터 기다림을 가르친다. 젖 먹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외엔 떼를 써도 젖을 주지 않는다. 유치원·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간식은 오후 4시인 ‘구테(gouter)’ 시간에만 먹을 수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훈련을 통해 스스로 통제하고 부모의 말을 듣는 법을 학습한다고 설명한다. 기다림을 훈련한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다가도 부모가 제지하면 자신의 욕구를 참을 줄 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식사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적부터 식사가 휴식이자 대화의 시간임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어른과 같이 생선 또는 고기가 있는 코스 메뉴를 먹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천권필·김선미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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