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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물러나 있어야” 친박계에 돌직구 던진 원희룡 인터뷰

중앙일보 2016.06.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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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 지사. 오상민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민감한 질문에도 주저하지 않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8월 9일 전당대회에 친박 후보가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안된다”였다. ‘무소속 유승민의 의원의 복당에는’까지만 얘기했는데도 “당장, 즉시 복당시켜야 한다”는 식이었다. 임기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간의 결별, 즉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비겁한 것이며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답이 분명하고 시원하다는 건 현안에 대한 정리가 잘돼있다는 의미다. 4·13 총선 이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원 지사가 잠시 멈칫했던 답변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서였다. 웃으며 한 답변은 “제주도민이 원하면…”이었다. 그는 요즘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램의 명령문을 사용하여 게임 또는 앱 등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측근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대와 호흡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 질문부터 던졌다.
코딩을 배우고 있다던데.
“뭘 만들겠다기보다는 우리 아이들, 아이들을 대비시켜야 될 부모들과 연결해 앞으로 국가가 이 부분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대책을 세워나갈지 모색하기 위해 현장 체험 성격으로 배우는 거다. 6월 1일부터 코딩을 배우기 시작해 이미 ‘스페이스 인베이드’라는 게임도 하나 만들었다. (웃으며)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다.”
제주도정과 관련해 ‘탄소없는섬 프로젝트 2030’을 추진하고 있는데, 2030년보다 더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닌가.
“100% 인공적인 계획에 의한 게 아니라 기술과 시장의 경제성 변화에 따라 확 당겨질 수도 있고, 힘들게 겨우겨우 갔는데 달성을 못 할 수도 있다. 기술, 경제라는 미래 변수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건 현재 하나의 방향이고 목표다. 주머니에서 꺼내 1년에 이만큼 달성하고 이런 게 아니다. 앞당겨질 거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전기차들 중 40%가 제주에서 굴러 다닌다고 들었다.
“50%다. 정부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줘서 소화하는 양을 제주도는 50%로 하기로 이미 협약이 돼 있다. 무조건 우리가 소화해야 된다. 그래서 올해 4000대 정도 굴러다니고 있고 내년에는 1만5000대 보급이 목표다. 최근 변수가 생겨 골치 아프다. 테슬러가 2018년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인 차를 내놓겠다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40만대가 이미 예약됐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때 사지 뭐’라며 대기수요로 돌아버렸다. 그래서 긴급처방이 그때까지 굴리면 본전 뽑는 차, 영업용 차량에 보조금을 주는 거다. 그동안은 개인 자가용에만 보조금을 줬는데 렌터카와 택시에도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정치 얘기를 해보자. 16년 전 정치에 입문하면서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합”을 말했다. 어느정도 이뤄진 것 같나
“아직도 완전하게는 안 이뤄졌다. 산업화세력은 아직도 과거의 어떤 경제성장모델에 대해 완고히 고수하는 게 많다. 재벌 독과점 체제 문제라든지 금융위기 이후 분배구조를 포함한 경제에 대한 구조적 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 생태계 문제에 대해 경제구조 개혁이나 경제민주화 운동까지도 왔는데, 제대로 수용을 안한 면이 있다. 다음 대선에서도 계속 이슈가 될 것 같고 분배의 욕구, 공정경쟁에 대한 불만이 우리 구조에 대한 부담 요인으로 오고 있다. 민주화세력도 집권하면서 국가 운영에 대한 책임성이 높아진 것 같으면서도 막상 야당이 되면 FTA 문제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 현재 구조를 다 부정한다. 어떤 경우 아마추어라고 비판받거나 좀 무책임한 듯한…(인상을 준다). 지금까지 부를 만들고 앞으로 부를 창출하고 가야할 부분에 대해 자기 것으로 안 받아들이는, 그런 부분이 지금도 정서적으로 많이 나온다. 제대로 서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서 경쟁은 경쟁대로 하되 어느쪽이 맡아도 서로 70%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 민주화나 산업화의 가치를 생각하면 지킬만한 가치는 인정하면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이 더 많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 대립도 완화되고, 정권교체 이후 전 정권을 부정함으로써 국가가 축적하고 계승해야될 부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강(强)보수와 강진보의 틈에서 신음하고 있는 게 한국정치다. 16년 동안 정치했으니 이 판을 깨는 게 필요하다고 보지 않나.
“판 깨기, 당연히 필요하다. 이대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세계경제에 들어서 있는 한국의 위상 자체가…(예전과 달라졌다). 지금 이 정도로 서로 배척하고 소모적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선 우리 힘을 다 끌어내는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렇게 소모적인 정치구조로 과연 되겠는가. 전세계적인 변화를 정책에 민감하게 반영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미래를 내다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선도적 정책도 끌어가야 되는데 정치논리로 오면 각각 아우성치는 갈등과 이해관계 집단, 정치에서의 기득권, 정치를 벼슬로 생각하는 정치적 소집단과 개인적 욕구를 추종하기 바쁘다. 판을 바꾸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노력을 하면 충분히 기회를 갖고 거기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존과 포용면에서 너무나 속 좁고 배척하고, 이런 것 때문에 정치 자체가 우리사회의 용량과 다양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시한이 다 됐다는 것은 이미 알고있는데, 변화란 것은 새로운 것이 들어서면 그땐 이미 변했구나를 아는 것이지, 변화를 정확히 설계해서 어디 이사가듯이 새롭게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변화의 와중에 와 있다. 몇 년 가다보면 어느새 변해있을텐데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 시대의 요구를 담아내고 미래의 변화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실천의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을 국민들과 함께 사회적인 흐름으로 만들어내는 주도세력은 달라지겠죠. 누가 하든 바뀌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다.”
정계 입문 후 계속 그런 주장을 펴왔고 변화를 유도하려고 하지 않았나. 더 늙기 전에(웃음) 직접 판 깨기를 위해 총대를 멜 생각은 없나.
“전 언제든지 총대를 메야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총대 메는 방식은 생각해 봤나.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정당 조직을 결성하는 쪽인가.
“그 부분도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투신할 생각이 있나.
“예 그럼요. 대신 일단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냐, 무엇을 할 것이냐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국가를 위해 무슨과제를, 어떤 아젠다를 이루기위한 것이냐가 있어야 되는거고 혼자는 못하니까 누구와 함께 할것이냐도 정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현실적인 세력이 많이 있다. 사람이 하늘에서 구름 타고 갑자기 오는 건 아니기때문에 기존 정치세력과 정치질서 속에서 어떻게 짜여야 갈 수 있는건가, 과연 거기서 구체적으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어쨌든 우리 국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의 내용(이 있다면), 온갖 어려움과 복합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 힘을 합쳐가야할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게 지금이고 지금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면 바로 그 순간부터 해야되는 거다. 하지만 아직 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못 찾고 있는 상태다.”
판 깨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현실 정치에 많이 있지않나.
“(고개를 끄덕이며)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정치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자는, 모래시계 속 모래가 계속 떨어지듯이….”
연내 가시적 움직임이 있겠나.
“시간표는 저의 소관이 아닐 뿐 아니라 인간의 소관이 아니다. 보고 있다.”
어떤 조건이 형성됐을 때 행동으로 촉발될 수 있나.
“정계개편이란 컨셉으로 본다면 크고 깊은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고, 대선 때마다 매번 있어왔던 의례적이고 소폭의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다. 소폭의 정계개편은 내년에 바로 진행될 거라 생각한다. 큰 틀의, 깊은, 구조적인 정계개편과는 연결이 될 가능성도 있고 안될 가능성도 있다.”
크고 깊은 정계개편은 개헌과 연계된 것 아닌가. 그리고 세력화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닌가.
“그렇다. 가장 전폭적인 정계개편이라고 하는 건 개헌을 매개로 해서, 집권 경쟁을 하는 주요 세력들이…(나서야 한다). 예를 들면 올림픽 규정 자체를 바꿔버리자고 해서, 근대 5종으로 합쳐서 종합점수로 메달 순위를 매긴다면 지금 올림픽의 각 종목별로 뛰는 게 무슨 의미인가. 국회의원 3선 그만두고 책을 썼다. 물론 좀 팔리다가 말았다(웃음). 그 책『누가 미친 정치를 지배하는가』를 보면 개헌의 내용과 방향, 이뤄질 조건까지 써놨다. 권력분점 체계는 내각책임제로 가자는 거다. 다만 내각책임제가 너무 정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보완 장치로 직선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뽑힐 때까지는 온갖 연합을 하고 대중적인 약속을 하다가 당선된 후 5년내내 무한공격에 시달리는 건 너무 문제가 있다. 대통령중임제로도 갈 수 있겠지만 그건 대통령의 임기 연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포용정치로 가는데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서 정권을 잡으면 연합이 깨지더라도 임기 끝까지 (대통령을) 죽이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해체해서 다시 정권을 구성하면 되는거다. 집권 기반과 통치 기반이 항상 바뀔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타협을 하고, 민의의 반영을 구조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게 아닌가. 이게 내각제다. 우린 워낙 내각제에 안좋은 기억이 있다. 대선 주자를 못 내세우는쪽이 편법적인 집권연장의 수단으로 내각제를 써왔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조심해야 된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꼴통보수와 무책임한 과격진보를 떨어내고 중간의 60~70%가 대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거다. 나머지는 그 안에서 서로 정책에 대한 경쟁과 수행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면, 진보가 경제를 맡아서 경제성적이 안 좋으면 당장 반기업정책에 대해선 본인들이 책임져야될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사회적 대립이나, 분배구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 좀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근본적으로 그렇게 가야된다고 보는데 유력한 주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될 수가 없다.”
대선주자들이 다같이 공약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꼼수다, 이렇게 공격하는 순간 (어그러진다). 올림픽 경기 룰 자체를 바꾸자는 주장이 은메달 이하의 연합처럼 비쳐져선 안되는 거다. 입시공부나 열심히 하지, 입시생이 왜 자꾸 입시제도를 바꾸는 세미나나 나가고 그러느냐 이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유력 대선주자와 집권세력이 연합해서 판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 지금 시민혁명이 일어나거나 군사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는건 아니지 않나. 정치세력의 합의에 의한 개편으로 가야되는데 국민과 시대적 요구가 커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런 요인은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까지 1년 6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렇게까지 갈 수 있겠는지 지켜봐야 될 일이다. 거의 확실한 건 내년에 대선 유력주자가 만들어지고 대선 주자들의 레이스가 진행되다가 도저히 이대로 안되겠다 하면 뭔가 판을 바꾸고 수를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년 대선에 대처하기위한 소폭의 의례적 정계개편은 이미 진행 중인 거라고 본다. 연말까지가 탐색전일거고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판이 만들어질 거라 본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때 개헌을 공약으로 내거는 방식은 어떤가.
“내년 재보선이란 게 16일짜리 선거운동을 하는 걸텐데 과연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그때 가서 할 수 있을 정도가 될까싶다. 그때 국민투표를 하려면 지금 국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켜야 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때 지금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문위원을 했고, 개헌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 개헌안이 국회에서 2/3 찬성으로 가결되면 그다음 국민투표에 언제든지 부치면 되는 거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그 방안을 얘기하는 것 같다.
“개헌안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대통령 중임제냐 내각제 중심이냐 이런 부분에대한 편차가 좀 크다.”
그 얘길 묻어두고, 일단 개헌세력들이 뭉친 다음에 천천히 논의해야 하는 것같다.
“그렇다. 일단 개헌을 하자고 뭉쳐야 한다. 거기서 무제한 토론을 하든지 해서 다수의견이 형성되면 소수가 다수를 밀어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거다.”
8월 9일, 새누리당이 전당대회를 연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동의하나.
“제가 당을 실시간으로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책임있게 답할 순 없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체질적으로 쪼개지기는 쉽지않은 당이다. 근데 정치라는 게, 처음부터 가출하려고 가출하는 게 아니지않나. 결국 보수당의 특성상 비주류가 되더라도 인내하고 따를 건 따라주는 전통이 있다. 비주류가 되더라도 집권 전망이 있으면 따라간다. 그런데 집권전망이 없는 것이 확실한데 배려받지 못하는 비주류라면 어디까지 생각할지 가봐야 아는거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거 아니겠나.”
OECD 국가 중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는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일 것 같다. 하나는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격차의 문제. 재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은 격차에 의한 불행감을 다 갖고 있다. 은수저는 은수저대로 금수저에 대해 불행감을 갖고있다. 또 하나, 행복은 결국 관계에서 온다고 본다. 결국 가족, 또래집단,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장 등 내가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공동체의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 사회전반적인 각박함이나 정치적 갈등 때문에 개인과 개인간, 개인과 공동체간 대립과 갈등을 완화시켜주고 융화시켜주는 힘이 약해지거나 방치된 상태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계속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이 있을텐데, 국민의 행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뭐라고 보나.
“우선 격차해소다. 그리고 격차에 대한 분노와 증오에 대해서 정치권과 기존의 기득권층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배려하는 보수가 돼야 한다. 안그러면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피로증(이 심해질 거다). 만족 체감의 법칙이 있다. 기대치는 계속 떨어지고, 누가 (정권을) 잡든 인생을 살다보면 문제가 쌓이는 건데 이런 원망이 보수정권을 향하고 일단 정권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 대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생각은 없나.
“직접 출마해서? 아… 없다. 왜냐면 도지사를 맡아서 2018년까지 해야되는데, 제주도 일하다가 갑자기 대선에 나간다고 하면 제주도민들부터가 용인을 해주겠나.”
제주도민을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이 다 나가라고 한다면.
“아까 정치인의 소명을 얘기했는데 정치인은 다 국민을 위해서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끔 연설장에 섰을 때는 국민을 위하고 돌아서서 후원자나 취업 청탁을 받을 땐 전혀 권력을 행사하는데 앞장서는 경우가 많다. 말로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어딨나. 순도와 통합도가 높으냐는 측면에서 봐야한다. 저 윗분(대통령 지칭)부터 시작해서 순도 백퍼센트로, 정말 나쁜짓 하나 안하고 사심없이 일하는 분들도 많다. 문제는 본인이 생각하는 주관과, 국민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역동적인 시대의 흐름까지 포함해서 정말 국가를 위한거고 공적인 건지 객관화가 필요하다. 제가 국가를 위해 고민도 많이하지만 내년 시점에서 내가 나서느냐는 나의 주관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손뼉이 맞아야 한다.” (원 지사는 자신의 두 손뼉을 마주쳤다)
손뼉이 맞으면 할 수 있는거 아닌가. 개헌 흐름이 형성되고 그 흐름 속에서 차기주자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어 공정하게 뛰고 각자 꿈과 정책을 내놓고, 그런 판이 만들어져도 본인을 제주도에 묶어둘건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흐름이 오면, 제주도민들부터 저에게 뭐라고 할 거다. 하지만 그걸 제가 먼저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제주도민이 대선에 나가라면 나갈 건가.
“제주도민들이 나가라면 나가야겠죠. 제주도민들이 ‘제주 도정은 이제 됐어 그만해, 다른 사람이 물려받아서 하면 되니까 다른 데 가서 일 보는게 제주 발전에 더 좋소’하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는거다. 현재 제주도지사 일을 저한테 위임해준 건 65만 제주도민이다. 1차적으로 위임자들에게 저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국회의원 3명이 다 야당 소속이다. 협치하는데 걸림돌은 없나.
“걸림돌이라기보다는 협치가 아직 낯설다. 정치문화나 지역 풍토상 워낙 생소하고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여유있게 바라봐주고, 협치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와주면 안될 일도 될텐데, 오히려 협치를 내거니까 ‘내 얘기를 들어줘야만 협치다’ 이런 부분이 있어서 참 어려움이 많다.”
4·13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내부의 집안싸움, 권력다툼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당대회에 친박근혜계 인사들 다시 당 대표로 나서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뒤로 물러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차기 집권을 위해서. 당이 보여야 할 모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쇄신하는 모습. 총선 때 평생 새누리당만 찍다가 이번엔 절대로 새누리당을 못 찍겠다고 나간 분들을 불러 모으려면 집안에서 가족회의를 통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보여줘야 된다. 말썽꾸러기가 가출한 것도 아니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집안을 지켜온 사람들이 가슴에 상처를 안고 밖에 나가서 우리집이 어디인가 서성거리고 있는데 집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비상가족회의도 안 열어서야 되겠나. 집 나간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동안 나와 다른 것이라고 배타하고 독점하고 이런 부분때문에 등을 돌린 지지자들도 많다. 비주류도 배려해야한다. 자꾸 여론조사만 해서 뭐하나. 정치집단이라면 직관적으로 알아야하는 거 아닌가. 당이 진짜 변하겠다고 하고, 그래도 정말 보수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융성과 대통합을 위해 반성하고 변화해서 창조적인 정치 방안을 내서 내년 대선에 잘 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
당 주류인 친박이 당권을 잡아서 마지막까지 책임정치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허구라고 보나.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건 좋다. 어차피 공천이나 당협위원장 인선 과정을 통해 당내 다수가 대통령을 뒷받침하겠다는 사람들 아닌가. 그건 이미 흔들릴 수 없는 구조다. 그러면 전당대회나 대선후보 경선과정을 통해서, 얼마만큼 당내 포용과 통합력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변화를 위한 치열함과 진정성을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당 밖의 대다수 국민들에게 다시 또다른 5년을 새누리당에 맡겨야되겠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변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데 왜 변신을 얘기하지는 않고 책임만 얘기하는지…(이해할 수 없다). 지금은 초점이 변신이다. 책임만 지고 내년에는 정권을 깨끗이 넘겨줄 건가. 왜 이미 임기가 확보된 정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냐는 거다. 국민들은 다 차기 정권을 쳐다보고 있는데.”
유승민 의원도 복당시켜야 한다고 보나
“저는 즉각 복당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공교롭게도 이 인터뷰를 한 다음날인 6월 16일 오전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유 의원 등의 복당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이 달라지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현직 대통령과 결별할 필요는 없나.
“그건 약간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인기 좋고 잘 나갈 때는 그 앞에 가서 줄서지 못해 난리치다가, 임기 후반이 되면 분리하는 것, 역대 정당에서 많이 해왔던 거다. 정치적 기술로 필요하다면, 동의를 할지도 모른다. 절대 안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때가 되면 그런 카드를 꺼내는구나’ 란 식으로 접근하는 건 너무 상투적이고 식상하다. 정서적으로는 약간 치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통령을 뒷받침 할 때는 하고, 다른 차원에서 그 다음 정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것대로 치열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정책을 쓰는 건 어떻게 보나.
“이민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 내부 인적자원을 끌어올리는 방법부터 생각해야된다.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주택문제 해결이다. (부자들은) 주택을 부의 축재 수단으로 삼고, 기업들도 부동산을 통해 지대수익을 얻는다. 이미 늦었지만, 직접적인 생산수익이 아니라 생산성 바깥에서 차액을 거둬가는 구조를 빨리 해소해줘야 된다. 과거에는 공고 가고 야간학교 다니면서도 재형저축 들어 집 하나 사고, 자식들은 나보다 공부 더 시켰다. 이런 희망이 있었을 때는 소득 1만불이 안될 때도 스스로 중산층이라 인식하고 살았고, 누가 옆에서 분배 투쟁을 부추겨도 ‘나라가 더 잘 돼야지’했던 힘이 있다. 지금은 왜 그게 끊어졌나, 부동산 상속 때문에 3대를 가도 추월이 불가능하다는 것. 우린 대대로 하층민이다라는 단절감과 고립감. 절벽아래 우리만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남들처럼 내 집 마련할 수 있게, 아니면 월세를 내더라도 그 것 때문에 다른거 다 포기하지 않도록은 해줘야 한다는 거다. 초당적으로 획기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정부도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만약 깃발을 든다면 이게 첫번째가 될 거다. 두번째는 교육문제다. 인공지능시대가 한편으론 어마어마한 도전이면서 또 한편으론 기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명문대학 다니고 한 게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르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제가 제주도에서 코딩을 시작하면서, 코딩유치원 코딩스쿨을 만들고 코딩버스가 읍면동에 찾아가게 하려는 이유가 있다. 전세계 직업들이 10년 뒤 20년 뒤부터 매년 500만개 1000만개씩 없어진다고 한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나와봐야 내가 공부한 산업이 20년 30년 뒤 무너져있을 수 있다. 새로운 육상 경기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잘 준비시켜서 창의적 인재들은 혁신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고 여기서 새로운 재벌 내지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스타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20년 30년뒤 세계경제와 인공지능시대에 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잘 준비돼있어야한다. 지금 국제학교 다니는게 무슨 의미인가. 규모는 작더라도 이런부분이 하나의 영역으로 만들어지고, 전세계에서 어느 국가보다 이걸 키워 나가려는 정책의지를 보여준다면, 애를 왜 안 낳겠나. 마지막 하나는 통일 문제다. 북한에는 아직 우리 경제로 통합되지 않은 2400만의 인구가 있다. 지금은 적대적인 것도 부담이되지만 대책없이 통합됐을 땐 사실 더 큰 재앙이 될수도 있다, 통일후에 대비하려면 대한민국 내에서도 대를 이어 하층민이 되는 구조부터 해소해줘야 한다. 애를 낳고싶은건 인류의 본성이다. 두 사람이 결혼해서 자녀를 두명씩 낳았는데도 인구가 부족해서 이민을 하자고 하면 오케이다. 지금 합계출산율이 1.19인데 이걸 놔두고 외국에서 (아이를) 수입해 싱가폴, 두바이같은 도시국가를 만들자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 세 가지를 다 하고 그래도 안되면 이민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중국적은 두뇌가 되는 사람에게는 허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층 노동력까지도 수입해야 하는 유럽형 인구구조로 가면 곤란하다. 유럽은 종교나 문화 갈등때문에 어마어마한 테러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나 청년창업자 얘기들어보면 가장 힘든게 규제라고한다.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규제를 없애려면 뭐가 제일 우선이라고 보나.
“현재 상황에서는 최고통치권자, 대통령의 정확한 우선순위 결정과 그에따른 결단, 일관된 추진이 필요하다. 규제완화, 말은 쉽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다. 환경규제, 미세먼지 배출 못하게하는 규제를 어떻게 푸나. 이건 해야한다. 오히려 강화하고 꼭 있어야하는 ‘투두(to do) 리스트’와 없애야하는 리스트, 즉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는 거다. 없애야하는 규제들은 대부분 부처, 부처 뒤에 있는 업계의 기득권과 연결돼 있다. 이건 결국 정치투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 때문에 투서가 날아들고 검찰수사가 들어가고, 온갖 자기 밥그릇 내지 수입원을 지키기 위한 음모와 투쟁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산업과 정치와 관이 유착아닌 유착이 돼있는 본질을 꿰뚫어보고, 일관되게 밀고가면 깰 수 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가 책임을 져주지 않으면 소신파들은 다른 잘못을 핑계삼아 잘려나가게 돼있다. 규제를 다 없애겠다는 건 욕심이라고 보고 정말 우선적으로 없애려면, (과젹판의) 백점을 찔러주는 포인트부터 없애야 한다. 파급효과가 큰 부분을 정확히 잡아서 밀어 붙여줘야한다. 소신있는 관료, 소신있는 사회집단들이 밀고 갈 수 있도록 병풍 역할을 해줘야된다. 규제를 풀어서 당장 어떤 효과가 나왔다든지 하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면 규제완화가 좀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제주포럼을 통해 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보나.
“글쎄. 후보가 되려면 내년 여름까지 당내 경선을 다 거쳐야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굉장히 유력해 보이는데, 대선이라는 게 일단 무대로 들어오는 순간 이종격투기 무대가 되지 않나. 온갖 약점 있는 것, 없는 것 다 공격할 거다. 반 총장님같은 경우 바깥에만 있다 오신 분도 아니고 역대 정권이 인사파일을 다 가진 직위에 있었던 분이니, 상당히 혹독하고 쉽지않은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 그 터널 끝에 가봐야 판단 할 수 있는거 아닌가.”
반 총장이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통합하는 역할에 적격이라고 생각하나.
“개인의 인생사로 보면 평생 외교관만 하신 분 아닌가. 수많은 집단들이 직접 소용돌이치고 부닥치는, 대다수 삶의 현장과 세력이 교차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나 고민 자체가 아무래도 부족한 거 아닌가. 그게 과연 어느정도의 한계가 될지, 그 부분도 앞으로 봐야될 부분이다.”

만난 사람=박승희 정치국제에디터 겸 정치부장,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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