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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와우저’에겐 선물 같은 영화죠, 게임 모르면 ‘노잼’이지만

중앙일보 2016.06.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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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게임 팬이 분석한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원제 Warcraft:The Beginning, 6월 9일 개봉, 던컨 존스 감독, 이하 ‘전쟁의 서막’)이 베일을 벗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동명 인기 게임 ‘워크래프트’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실사화한 이 영화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와우저(‘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어를 이르는 말)의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개봉 후 해외 평단의 혹평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 이 영화, 그렇게 아쉽기만 할까. 한때 원작 게임을 플레이한 와우저로서 가만있을 수 없어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전쟁의 서막’은 원작 게임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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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와우저’ 던컨 존스 감독의 ‘팬심’이 영화에 반영된 결과다. CG(컴퓨터 그래픽)로 완성된 오크 종족의 우람한 외형, 동화풍 건물, 인간을 양으로 변신시키는 ‘양 변신 마법’ 등 모든 것이 게임에서 보던 그대로다. 마법사의 공중 도시 달라란이나 오크와 인간 세계를 잇는 ‘죽음의 문’처럼 게임에서 방문했던 공간을 영화로 만나는 경험은 무척 짜릿하다. 퍼포먼스 캡처로 탄생시킨 오크 족장 듀로탄(토비 케벨)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와우저로 알려진 황석희 영화번역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막은, 게임을 해 본 적 없는 일반 관객도 쉽게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와우저로서 가장 감개무량한 순간은, 영화 시작 전 원작 게임 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로고가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다.
 
지나친 고증이 도리어 독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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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방대한 세계관과 사건들을 그대로 영화에 옮기다 보니, 이야기가 영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설명이 부족한 배경, 개연성 없는 캐릭터, 특색을 갖추지 못한 액션도 문제였다.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www.rotten-tomatoes.com)’에서 ‘전쟁의 서막’의 평점은 한때 18%까지 추락했다. “모바일 게임 광고 수준의 영화”(버라이어티) “게임 설명서 없이 이 영화를 견뎌 내기엔 역부족”(포브스)이라는 처참한 평가도 얻었다. 평단뿐 아니라 원작 게임 팬들 역시 영화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쏟아 냈다. 어쩌면 이번 영화의 흥행 실패로 영영 속편을 볼 수 없다는 두려움마저 느꼈을지 모른다. 12월 개봉을 앞둔 또 다른 게임 원작 영화 ‘어쌔신 크리드’(저스틴 커젤 감독)마저 이처럼 실망스럽다면, 당분간 게임 원작 영화의 미래는 몹시 암울할 테니까.
 
그럼에도 와우저들은 속편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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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게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듀로탄의 어린 아들 고엘(사진1)은 장차 여러 종족을 대통합하게 될 대족장 스랄(사진2)로 성장한다. 그 과정을 극장에서 보고 싶은 건 분명 기자 혼자만의 바람은 아니다. ‘전쟁의 서막’에 등장한 종족(인간·오크·드워프·하이엘프) 외에도, 나이트 엘프·언데드 등 개성 넘치는 게임 속 종족의 출현 역시 기다려진다. 어차피 이 영화에 쏟아진 혹평을 뒤집을 순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작진이 중국 흥행으로 제작 가능성 높아진 속편에서 실수를 바로잡는 일이다. 전 세계 와우저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오크 종족의 구호를 인용한다. “록타르 오가르(Lok’tar ogar·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UPI 코리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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