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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인사이드] 군용품 절도한 민간인, '일반법원'과 '군사법원' 중 어디서 재판 받아야 할까

중앙일보 2016.06.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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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

민간인이 군용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반법원’과 ‘군사법원’에서 서로 자기네가 재판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어디서 재판을 받아야 할까요?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김모(66)씨는 A외부업체의 부탁을 받고 2009년 10~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00발의 탄환을 빼돌려 A업체 직원에게 전달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업체의 부탁으로 허위로 탄환 실험결과를 조작해 학교장 명의로 시험평가서 36장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군에서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됐습니다. 그리고 A업체의 사내이사로 취직한 김씨는 2010~2012년 9차례에 걸쳐 허위 시험평가서를 공사 입찰 담당자에게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2011년에 방위사업청에 허위로 작성한 화약류 및 탄환 수입 허가신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검사는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김씨에 대해 군용물절도죄·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방위 사업법위반죄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소를 제기했죠.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군용물절도죄를 두고 두 가지 법이 충돌했습니다.

ㆍ‘헌법과 법률이 정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민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27조 2항)

ㆍ‘일반 국민이 중대한 군사범죄를 저질러 군의 조직과 기능에 위험을 야기하는 특정군사범죄에 한해서는 일반 국민에 대한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을 인정한다’ (군사법원법)


군사법원은 “김씨가 비록 민간인이긴 하나 군용품을 훔쳤으므로(특정군사범죄) 우리가 재판을 해야한다”며 군 형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밀었습니다. 반면 검찰과 김씨는 “피고인이 더 이상 군인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권은 일반 법원에 있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김씨는 대법원에 ‘이 사건의 재판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달라’는 내용의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씨의 신청에 대해 “군용품 절도를 제외하곤 일반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든 재판권이 있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인복 대법관 등 7명은 “군사법원이 예외적으로 일반 국민에 대해서 재판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특정군사범죄와 일반범죄가 경합범 관계에 놓여있는 경우, 한 법원에서 그 사건 전부를 심판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법원에서 별도로 재판을 하고 군용물절도죄는 특정군사범죄로 따로 떼어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해야한다는 뜻이죠.

아예 한쪽 법원으로 몰아서 재판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김용덕 대법관 등 2명은 “일반 국민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는 한 군사법원 재판권을 인정할 수 없다. 일반법원에서 모두 재판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반대로 이기택 대법관은 “재판권은 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사건을 기준으로 분리할 수 없다”며 “특정군사범죄에 대해선 군사법원이 신분적 재판권을 가지는 이상 일반범죄까지 군사법원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전까지 대법원은 특정군사범죄와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다른 범죄가 있을 경우 군사법원에 모든 재판권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결정으로 인해 기존의 견해는 변경됐습니다.

앞으로는 군사법원이 일반 국민에 대해 재판권을 확장하는 것을 제한하고, 일반 범죄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본권에 의거해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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