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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추신수 선배의 22홈런 넘겠다”

중앙일보 2016.06.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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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 [중앙포토]


‘킹캉’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부상 후 8개월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와 한 달(5월 7일~6월 5일) 23경기 동안 8홈런을 뿜었다. 이런 페이스라면 2010년과 2015년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세웠던 메이저리그 한 시즌 한국인 타자 최다 홈런(22개)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킹캉’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데뷔시즌이었던 지난해 126경기에서 타율 0.287에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였던 9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1회초 수비 도중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그대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복귀 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강정호가 6월 1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중앙일보와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뉴욕 메츠와의 3연전(6월 15~17일)을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는 “시즌 개막전 때 동료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몸이 근질거렸다”며 “올해는 20홈런을 넘어 (추)신수 선배의 22홈런에 도전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강정호와의 문답.
 
복귀 후 한 달여를 평가한다면.
“아직은 시즌 중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공격 부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솔직히 조금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무릎은 어떤가.
“부상 전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기를) 할 만하다. 부상 전이 100%라면 지금은 90% 정도라고 할까. 경기 후, 그리고 쉬는 날에는 보강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클린트 허들 감독의 ‘2경기 선발, 1경기 벤치 대기’ 방침에 만족하는가.
“아직까지는 100%가 아니라 적응 단계다. 지금은 이런 패턴으로 출전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출전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큰 배려를 해주는 클린트 허들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복귀 후 3루수로 고정됐다. 유격수가 그립지는 않나?
“3루수는 유격수보다는 수비 부담이 덜한 자리다.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으로서는 아프지 않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유격수 복귀는 나중 문제다. 내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복귀 한 달 만에, 그것도 ‘2경기 선발, 1경기 휴식’ 시스템에서 8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는데.
“글쎄, 어떻게 8개를 쳤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다만 재활기간에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난해보다 2~3㎏쯤 체중이 불어 현재는 100㎏ 나간다.”
방망이에는 변화가 있나.
“길이 34인치에 무게 880g짜리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길이 33.5인치에 무게 870~880g짜리를 썼다. 방망이 길이를 0.5인치 늘린 것은 조금 더 강한 타구를 때리기 위해서다.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주로 4번 타자로 나가고 있다. 타순에 대한 부담은 없나.
“타순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출전하면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피츠버그는 전날까지 5연패에 빠졌다. 전화인터뷰를 하기 전 강정호는 “요즘 팀이 연패 중이라 분위기가 무겁다. 조금이라도 운동장에 일찍 나가서 훈련에 전념하겠다”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강속구를 잘 치는 비결이 있는가.
“타이밍을 중시한다. 타자는 타이밍만 맞으면 강속구든 변화구든 공략할 수 있다. 또 경기에 자주 나가다 보니 강속구에 점차 적응력이 생기는 것 같다. 정말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다.”

강정호는 광주일고 시절 강속구 투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에이스’ 나승현이 지치면 3루수(또는 포수) 강정호가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하곤 했다. 스피드건에 시속 145㎞ 이상의 강속구가 여러 차례 찍혔다. 전문가들은 고교시절 투수 경험이 강속구를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강정호와 함께 대표적인 강속구 킬러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도 부산고 시절 왼손 에이스였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강속구 공략 비결을 공개해달라.
“역시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을 많이 봐야 한다. (강속구를) 많이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눈에 익게 된다. 많이 보고 많이 치면 적응력이 늘게 될 것이다.”

강정호는 ‘강남(强男) 스타일’이다. 강속구 투수만 만나면 없던 힘도 절로 생긴다. 야구 통계를 제공하는 미국의 온라인매체 <베이스볼 서번트>가 5월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0.405로 2008년 이후 특정 타자가 특정 구종을 상대로(150타수 이상) 기록한 최고타율이다. 데뷔시즌이었던 지난해 강정호는 95마일(153㎞) 이상의 강속구를 상대로 0.422의 타율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랐다.

 
초구를 유독 좋아하는데.
“좋은 공이다 싶으면 초구든 2구든 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휘두른다.”
국내프로야구 넥센에서 팀 동료였던 박병호는 강속구에 고전하고 있다. 조언을 해준다면.
“조언이랄 것이 뭐 있나? 알아서 잘하고 있고 더 잘할 것으로 본다.”
박병호·김현수 등과 연락은 자주 하나.
“이따금 통화해서 안부를 묻는다. 또 원정경기에 가면 맛있는 음식 잘하는 집을 알려주곤 한다. 미국 생활은 내가 1년 선배 아닌가?”
올해 이대호·박병호·김현수 등 한국인 타자들이 대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강정호 효과’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 좋다. 대호·병호 형, 그리고 현수가 모두 잘하면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 선수들이 더 많이 와서 함께 잘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강정호가 한국프로야구 타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한국야구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커졌다. 강정호가 주전으로 발돋움하던 2008년, 히어로즈 수석코치였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지난해 강정호가 잘하지 못했다면 ‘역시 동양인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안 되는구나’라는 선입견이 굳어졌을 것”이라며 “이대호·박병호·김현수는 ‘강정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6경기에서 타율 0.287에 15홈런, 58타점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에까지 올랐다.

 
이런 페이스라면 지난해 15개를 넘어 추신수가 2010년에 기록했던 한 시즌 한국인 타자 최다홈런(22개) 기록도 넘어설 기세다.
“(추신수 선배의 기록은) 알고 있다. 일단은 아프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올해는 20개를 넘어서 25개까지 쳤으면 좋겠다. 한 번 도전해보겠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엄살이 아니라 작년에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아프지 않는 것이 너무 간절하다. 아프지만 않는다면 성적은 어느 정도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
작년에는 재활에 전념하느라 귀국도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10월 중·하순에 돌아갈 것이다.”
한국에 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 한 번 푹 담그면 피로가 풀릴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얼큰한 닭볶음탕 한 그릇 먹었으면 원이 없겠다.”
복귀 후 힘든 점이 있다면.
“잦은 우천 순연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한국나이로 올해 서른 살이다. 결혼은 언제쯤으로 생각하는지.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웃음) 이상형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마음 착하고 내조 잘해줄 여성이라면 좋겠다.”

강정호의 부친 강성수씨는 아들의 배우자감과 관련해 “연예인 며느리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한 전문직 여성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인사말과 각오를 전해달라.
“늘, 진심으로 감사한다. 마음 같아서는 나를 응원해주는 모든 분을 일일이 찾아가 머리 숙여 인사하고 싶다. 반드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전화인터뷰 6시간 뒤 강정호는 뉴욕주 플러싱 시티필드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전에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강정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제이콥 디그롬의 시속 145㎞짜리 슬라이더를 받아 쳐 중전안타를 뿜었다. 그리고 0-0이던 6회 2사 1루에서 맞은 세 번째 타석에서 디그롬의 시속 151㎞짜리 강속구를 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강정호는 지난 5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8경기 만의 홈런포(시즌 9호)로 팀을 5연패(4대 0)에서 구출했다. 이날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강정호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94, 9홈런, 25타점.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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