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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무너지는 것 금방” 젊은 롯데맨들의 목소리 들어보니

중앙일보 2016.06.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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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 내 롯데그룹 라운지에 올라온 한 10년차 롯데알미늄 직원의 글

“아직 입사한지 고작 10년밖에 지나지 않은 말단이어서 뭐라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 롯데에겐 오너 한 사람의 사욕을 위해 분식(회계)하고 비자금 조성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급여에 인색하고 복리후생은 다른 그룹에 한참 뒤떨어져 있어도, 우리 그룹의 고위 임원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 행동강령처럼 그들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남들이 일본 기업이라 비난해도, 또 소비재 중심의 사업만 한다는 비난을 해도, 외국인투자법인으로서 겪었던 설움을 알기에, 적어도 우리 롯데만은 기업의 총수가 부끄러운 민낯으로 포토라인에 서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모든 언론이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 줘야한다고 떠들어도, 우리 앞 언론에 또 권력에 스러져간 다른 대기업과 달리 우리 롯데만은 보란듯 떳떳하게 법 앞에 서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지난 1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 내 롯데그룹 라운지에 올라온 한 10년차 롯데알미늄 직원의 글이다. 이틀 만에 2500명이 열람하면서 그룹 내에 널리 회자가 됐다. 신입사원들 사이에서는 ‘롯데알미늄형(兄)’으로 불릴 정도다.

블라인드 롯데 라운지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글이 10여 개 올라와 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타격이 클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타격 클 듯”(코리아세븐)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털 때가 생각난다. 당시 희생양이었다”(롯데자산개발)의 글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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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 내 롯데그룹 라운지에 올라온 한 10년차 롯데알미늄 직원의 글


현 정부와 검찰에 대한 피해의식도 엿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움산 듯”(코리아세븐) “홍만표 변호사의 (네이처리퍼블릭 등) 사건을 묻으려고 (롯데그룹을 전면 수사한 것 아니냐)”(롯데렌탈), “롯데기사로 (인터넷이) 도배되면서 (현 정부나 검찰 전관에 대한 비판 기사가) 잠잠해 진 것을 보면 척(보면 알겠다)”(롯데알미늄) 등의 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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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스스로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도 있다. “우리 회사 고위 임원 중 사법처리 된 사람이 있었다”(롯데카드) “이 와중에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재계 5위라는 위상에 맞는 기업 윤리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지 못한 책임은 롯데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롯데건설) 등이다.

롯데손해보험의 한 직원은 “롯데월드타워 완공도 불확실하고 호텔롯데 상장도 무기한 연기라는데 (그룹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인 것 같다”면서 앞으로 그룹 상황에 대한 걱정을 표시했다.

글·사진=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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