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계파 입김 피하려…총선참패 백서 몰래 만드는 새누리

중앙일보 2016.06.15 02:30 종합 10면 지면보기
새누리당의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가 8월 9일로 확정되면서 4·13 총선 참패의 원인과 대안을 담아낼 새누리당 ‘국민백서(가칭)’ 발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외부 필자·감수위원 철통보안
8월 전대 전 발간…두 달째 작업

발간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전까진 백서를 만들어낸다는 목표로 철통보안 속에 집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설프게 내용이 새나가면 내 목숨이 날아간다”고 말했다.

백서에 담길 내용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일찍이 공개한 적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당 혁신의 모멘텀은 총선 백서가 될 것”이라며 “총선 백서는 새누리당을 비토(반대)했던 국민의 목소리, 고강도 쓴소리로만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총선 패배 이후 두 달 동안 당 기획조정국, 전략기획국 등 실무진들은 전국을 돌며 세대별·지역별 유권자 FGI(Focus Group Interview), 당 출입기자 대상 설문조사, 당 사무처 직원 인터뷰, 정치 관련 전문가 인터뷰, 낙선자 인터뷰 등을 진행해 왔다. 이런 모든 설문·인터뷰 자료는 현재 외부의 한 출판사로 넘긴 상태다. 이곳에서 여러 명의 작가를 섭외해 분야별로 백서를 집필 중이라고 한다. 완성된 초고는 감수위원들에게 넘겨질 예정이다. 이들은 초고가 기초자료에 충실하게 쓰여졌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감수위원 6명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당 관계자는 “감수위원은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 2명, 전직 언론인, 여론조사 전문가, 공익법인 대표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의 실명이나 정확한 직업은 일부 실무진을 제외하곤 알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토록 보안을 강조하는 명분은 ‘계파 입김’ 최소화다. 공천 파동의 과정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김무성 전 대표,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등 특정인이 상처를 입거나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내용이 알려지면 서로 손을 대려고 할 거란 얘기다. 사무총장 직무대행 시절부터 백서 발간을 주도해 온 홍문표 의원은 “집필 과정을 세세히 공개하면 ‘잡음’이 생기기 때문에 한꺼번에 공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당이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과거의 잘못을 자꾸 들춰내서 분란만 일으키면 어떻게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혁신비대위원인 이학재 의원은 “당이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것 아니냐”며 “백서에 가감 없이 신랄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