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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자원개발 퇴출

중앙일보 2016.06.15 02:27 종합 1면 지면보기
정부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부실화한 해외 자산은 팔고, 관련 인력과 조직은 통폐합한 뒤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주도권을 넘기기로 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정부 주도의 공격적 해외 자원개발 정책이 공식적으로 용도 폐기된 셈이다.

광물·석유·가스공, 부실 해외자산 팔고 인력·조직 통폐합
박 대통령 “공공부문 개혁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추진”

공기업이 장악한 전력·가스 시장도 민간에 개방해 경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14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이런 내용의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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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기업 구조조정안의 핵심은 에너지 분야다. 특히 MB 정부 당시 해외 자원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한 광물자원공사·석유공사·가스공사가 표적이 됐다. 부채 비율이 6900%가 넘는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개발은 사실상 중단되고 기존 사업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해외 자산도 석유·가스 광구만 남기고 현지 사무실과 신규 인력 채용을 줄여 부채 비율을 낮출 예정이다.

정부는 대신 지난해 1400억원에서 올해는 전액 삭감된 해외 자원개발 융자 사업을 내년에 500억원 규모로 부활, 민간 기업의 자원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이 위축돼 공기업이 선수로 뛸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조정으로 공기업은 본연의 ‘코치’ 역할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잠식 상태로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석탄공사는 생산량과 정원을 매년 줄인다. 정부 보조금을 줄여 연탄 값을 현실화하는 대신 저소득층에 지급되는 연탄 구입용 바우처는 늘릴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요 감소와 환경 기준 강화에 맞춰 규모를 줄여 가되 통일 이후나 에너지 안보를 감안해 탄광을 모두 없애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력·가스 시장의 공기업 독점은 완화한다. 전력 소매시장은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고, 한국전력의 5개 발전 자회사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8개 에너지 공기업을 내년부터 차례로 상장한다. 전력 판매 시장 개방으로 전력과 방송, 통신이 결합한 상품이 나오고 있는 ‘일본형’을 따라가겠다는 의미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태양광이나 풍력, 바이오매스로 다양하게 전기를 생산해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민간 업체가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워크숍에서 “공공개혁은 민간 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개혁의 출발점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면서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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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저유가가 장기화하고, 공기업의 부실도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한 만큼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간의 역량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섣부른 ‘전면 후퇴’는 공백을 키우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다시 ‘뒷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자원시장에서 이미 ‘큰손’인 일본과 중국이 고삐를 놓지 않는 상황인 데다 유가가 회복세를 띠면서 산유국들도 개발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라며 “공기업의 부실을 도려내는 것과 함께 민간 기업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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