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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시작부터 총수 일가 조준…기존 기업 수사의 공식 뒤집어

중앙일보 2016.06.15 02:07 종합 4면 지면보기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기존의 틀을 깼다. 실무자나 실무부서부터 수사한 뒤 윗선으로 파고드는 게 아닌 총수 일가에 곧바로 칼을 겨누는 파격을 보여 주고 있다.

실패한 포스코 수사 스터디

검찰은 지난 10일 압수수색 때 창업주인 신격호(95)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의 주거공간까지 뒤졌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룹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정책본부 압수수색에는 수사관 100여 명을 투입했다.

신 회장 최측근인 이인원(69) 롯데쇼핑 정책본부장(부회장)과 황각규(61·롯데쇼핑 사장) 정책본부 운영실장도 곧바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대검 중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총수 일가를 최우선적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한 자료가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장기간의 내사를 통해 확보하고 있는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총수 일가나 수뇌부들의 비리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내사 기간이 6개월이 넘는 데다 그동안 실패한 수사였다고 평가되는 사례들을 가지고 왜 실패했고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지 스터디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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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여기는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진행한 포스코 비리 수사다. 지난해 3월 이완구(66) 당시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작된 이 수사는 8개월간 이어지면서 ‘먼지떨이식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는 물론 협력사까지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받았고 소환자가 100명이 넘었다. 하지만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이상득(81) 전 의원과 정준양(68) 전 포스코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구속된 10여 명은 대부분 포스코 계열사 중간급 임원이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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