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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칼, 원료 수입 때 일본 롯데 끼워넣어 비자금 의혹

중앙일보 2016.06.15 02:06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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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4일 울산 온산국가공단에 있는 롯데케미칼 공장(사진)을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 10곳 등 총 15곳에 대해 추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울산=뉴시스]


검찰이 신격호(95) 총괄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국내외 비자금 캐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총동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을 정점으로 계열사 간 복잡하게 물려 있는 롯데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대금 수백억 부풀린 걸로 의심
신격호·신동빈 부동산 잘 아는 ‘키맨’
김창권 대표 집도 이미 압수수색
롯데 측 “수사 중 해명하기 어려워”


검찰이 14일 2차로 압수수색 한 롯데 계열사 10곳 가운데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은 해외 비자금 조성 통로로 지목된 곳이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에서 석유화학 원료인 부타디엔 등을 사들이면서 중간에 협력업체 A사 홍콩법인과 일본 롯데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2010년 무렵부터 거래대금 수백억원을 부풀려 계산해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롯데물산이다. 지분의 31.27%를 갖고 있다. 호텔롯데(12.68%), 일본 롯데홀딩스(9.3%) 등도 지분이 있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2013년부터 지분 0.26~0.3%를 보유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국내 부동산 거래에 계열사들이 동원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롯데상사는 2008년 8월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 일대 신 총괄회장의 임야 166만여㎡를 504억원에 사들였다. 토지 매입가는 당시 공시지가인 200억원보다 2배~2.5배가량 높은 금액이었다고 한다.

롯데상사는 토지 매입 한 달 뒤 운영자금 마련 명목으로 그룹 계열사 9곳으로부터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최대주주인 호텔롯데가 237억원을 투자했고 롯데로지스틱스(83억원)와 롯데쇼핑(57억원), 롯데건설(41억원) 등도 주식을 매입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 등의 부동산 거래의 내막을 자세히 알고 있는 ‘키맨’으로 김창권(58)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지목하고 김 대표 자택을 지난 10일 압수수색 했다.

김 대표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2007년부터 롯데그룹의 부동산 개발·분양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 8월 호텔롯데가 롯데제주리조트와 부여리조트를 흡수 합병하며 부지를 헐값에 사들인 배경에 총수 일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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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는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를 가능하게 했다. 롯데피에스넷은 롯데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비치할 현금인출기(ATM)를 N업체로부터 살 때 롯데알미늄을 거쳐서 사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

이로 인해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롯데피에스넷은 6억원대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받았다. 이 일은 신동빈 회장이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븐일레븐 보유 업체 코리아세븐은 카드결제 대행업체인 롯데정보통신의 100억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제2롯데월드 시행·운영을 맡고 있는 롯데물산은 제외됐다. 하지만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자료를 검찰이 확보한 만큼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롯데물산은 2009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공군 예비역 중장 천모(69)씨에게 13억원의 고문료를 지급했다. 성남 공군 비행장 활주로 변경 과정에서 공사비 절감을 위한 로비 명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편 14일 압수수색에서도 롯데 계열사들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이 발견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 계열사는 사장실과 임원진의 금고·서랍 등이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했거나 복사본을 집에 보관하고, 심지어 물류창고에 숨겨두는 등 증거 인멸을 적발한 곳만 5~6군데”라고 말했다.

롯데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관련 의혹을 자세히 해명하기 어렵다.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서복현·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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