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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기로 와중에…대우조선 노조 “자구안 반대” 파업 결의

중앙일보 2016.06.15 02:00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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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안에 반발해 14일 파업을 결의했다. 이날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직원들이 선박 모형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조선업체가 생사 갈림길에 선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파업을, 한진중공업 노조는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8일 회사와 채권단이 발표한 자구계획에 반대하며, 한진중 노조는 회사 정상화에 동참한다며 내린 결정이다.

채권단, 작년 파업금지 동의서 받아
파업 돌입 땐 자금지원 끊어질 수도


대우조선 노조는 조합원 6980명을 대상으로 13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투표에서 85%의 찬성으로 14일 파업을 결정했다. 다만 노조는 이날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와 채권단이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를 구성하면 파업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우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그동안 노조는 채권단과 회사가 함께 논의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조원의 고통 분담만 요구하는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선 사업부 분할매각 철회와 인위적인 인력 감축 반대 등 노조의 요구조건 수용 여부를 보면서 파업 돌입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16일 특수선 분할 반대 같은 요구를 담은 항의서한을 갖고 대주주인 서울 산업은행을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파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이 지난해 10월 4조5000억원 경영자금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노조로부터 임금동결·파업금지 동의서를 받은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를 근거로 현재까지 3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1조원 정도의 추가 지원이 남은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채권단은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사측도 이번 파업 투표가 절차상 필요한 과정일 뿐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지난 25년 동안 매년 파업 찬반 투표를 했지만 총파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현재로선 노사가 협의를 해보자는 입장이고, 전면 파업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날 한진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회사에 위임했다. 김외욱 위원장은 “경기악화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임단협을 회사에 전부 위임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1937년 회사 설립 이후 80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이로써 별도 협상 없이 올해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게 됐다. 한진중공업 노무담당 박찬윤 상무는 “자율협약 체결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임직원과 가족, 회생을 바라는 지역사회에 노조가 희소식을 전했다”며 반겼다.

이 회사는 2011년 2월 근로자 94명을 정리해고하면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가 파업과 타워크레인 농성을 하고, 회사는 휴업으로 맞서는 등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노조원 657명 중 472명(72%)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를 탈퇴하고 2012년 설립된 현 노조로 옮기면서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3년 한진중공업 재도약을 위한 부산시민토론회에 참가하고 지난해 조선업종 노조연대 공동파업에 불참하는 등 노사 화합 행보를 이어 왔다. 지난 4월 근로자 60명의 희망퇴직 때도 노사 마찰은 없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11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정상화 길을 걷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사례처럼 노조가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위기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해준다면 조선업이 회생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거제=황선윤·위성욱 기자, 문희철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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