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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MB 땐 48조 올인, 이번엔 메스…정권따라 냉온탕 자원개발

중앙일보 2016.06.15 01:57 종합 8면 지면보기
“석유 광구와 개발기업을 인수해 한국석유공사의 생산량을 6배 늘리겠다.”

유가 94달러 땐 석유공 대형화
값 반토막 난 올핸 자산 매각

2008년 6월 12일 이재훈 당시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관 합동으로 19조원을 투자해 석유공사 규모를 세계 60위권으로 올려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8년 만에 석유공사의 처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1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확정해 보고했다. 초점은 에너지 공기업에 맞춰졌다. 석유공사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손을 뗀다. 해외 광구, 자원개발기업 같은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전체 인력·조직도 30%가량 줄인다. 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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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건 또 있다. 유가다. 정부가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내놓은 2008년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4.34달러로 역대 최고였다. 8년이 지나 유가는 반 토막 났다. 13일(현지시간) 국제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값은 47.06달러였다. 석유·가스 광구와 자원개발기업의 가치는 유가에 비례한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판다’. 돈을 버는 투자의 제1원칙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정반대 투자를 20년 가까이 반복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1998년 4월 기획예산위원회(현 기재부)는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추진지침’을 공기업에 내려보냈다. 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와 함께 한국전력·가스공사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 외환위기 여파로 유가가 배럴당 12.21달러에 불과했을 때다. 유가가 20달러대에 머물렀던 2002년 10월에 나온 방안도 발전자회사 상장, 가스공사 민영화였다. 공공기관 저항도 컸고 유가가 낮은 시기라 민영화 수요도 많지 않았다. 정부 계획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정부 입장이 바뀐 건 초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정부는 부랴부랴 방향을 틀었다. 유가가 100달러 안팎을 오가며 정점을 쳤던 2008년 ‘한국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비롯한 각종 해외 자원개발 확대 정책을 잇따라 추진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공기업과 민간회사가 해외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에 쏟아부은 액수는 404억 달러(약 48조원)에 달한다. 그때 빚을 내며 사들인 해외 광구와 캐나다 하베스트 같은 자원개발기업이 에너지 공기업 부실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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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자원 빈국인 일본에서도 자원개발 정책을 한국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반대로 뒤집는 사례는 없다”며 “가격의 등락이 심한 만큼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 시각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경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올해 해외 자원개발 예산을 지난해보다 13% 늘린 632억5000만 엔(약 7010억원)으로 책정했다.

신 교수는 “현재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구조조정 타이밍이 잘못됐다”고 분석했다. 급하게 자산을 팔았다가 이후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의 전력 판매(소매)시장과 가스공사의 가스 도입·도매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고 발전자회사 등 8개 공공기관을 상장하는 안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유가 상승기와 맞물려 국내 에너지 요금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창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국내 에너지 부문 인력과 연구개발 에 대한 투자”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2008~2009년 고유가 당시 에너지·자원개발 인력과 기술 인프라가 붕괴됐다는 지적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투자가 그나마 늘었는데 최근 구조조정 여파로 투자가 줄거나 끊겼다”고 전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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