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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강력한 당대표 부활시키자 “최경환밖에 없지 않나” 군불 때는 친박

중앙일보 2016.06.15 01:52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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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밤 경기도 과천의 한 식당에선 “계파” “해체”라는 건배사 구호가 울려 퍼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책워크숍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는 자리였다. 최경환(사진) 의원이 제안한 이 자리는 번개모임이었는데도 정진석 원내대표, 김학용·김성태 의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비박계가 망라됐다. 4·13 총선 패배 이후 ‘낮은 포복’을 하고 있지만 최 의원이 친박계 핵심임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비대위 “당대표·최고위원 분리”
최, 의원들 식사모임 등 ‘전대 행보’
친박 교통정리, 청와대 의중이 변수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위원장 김희옥)는 14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분리해 선출하기로 했다. 특히 당헌·당규에 ‘당 대표는 당무를 통할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사무총장 이하 당직 임명에 대한 전권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당무를 운영하는 집단지도체제다. 그걸 14년 만에 당 대표에게 실질 권한을 주는 단일지도체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전 대선 후보가 대표가 되지 못하도록 한 현행 당권-대권 분리 규정(대선후보는 1년6개월 전 사퇴)은 유지하기로 했다. 개편안은 의원총회 등을 거쳐 확정된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전당대회에서 1등한 사람과 5등한 사람이 똑같은 권한을 갖는 건 문제가 많다”며 “당 대표에게 새 리더십을 부여하는 게 운영을 위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당 혁신비대위의 이런 결정으로 새 대표를 뽑는 8월 9일 전당대회의 가치가 한층 더 올라가게 됐다.

이주영·정병국·홍문종·이정현 의원 등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인사들로선 화끈한 진검승부를 준비하게 된 셈이다. 사실상 당내 전권을 행사하는 ‘강한 대표감’을 찾다 보니 이제 관심은 최경환 의원의 출마 여부에 쏠린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흥행을 좌우하는 변수인 데다 내년 대선 역할론과도 맞물려 있다.

최 의원은 요즘 다시 잠행 중이다. 14일 오후 의원회관 최 의원의 방에는 비서관 2명만 있을 뿐 한산했다. 주변 인사들과 최 의원과 친한 의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현재 최 의원은 출마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한다. 지난 주말 최 의원은 측근들에게 “솔직히 등을 떠밀어도 안 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목을 잡아 끌고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총선 패배 후 흔들리는 당 리더십을 다잡고, 친박계의 구심 역할을 하라고 주변에서 강권하고 있는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충청권의 한 의원은 “대권 후보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과 정권 후반기의 당·청 관계를 고려하면 최 의원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행보도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는 최근 대구·경북, 대전·충청권 의원 등과 그룹별로 식사를 함께했다. 지난 5일에는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 열린 당협 체육대회에 참석해 “8월 초순경 전당대회가 예상되는데 앞으로 당 혁신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제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심이 서면 같이 행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그가 출마한다면 이주영·홍문종·이정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의 교통정리가 관건이다. 친박계 내부에선 이런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박유미·현일훈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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