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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위 강제배정 추혜선 “축구선수를 농구코트에 세우나”

중앙일보 2016.06.15 01:51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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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오른쪽)와 추혜선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미방위를 지원했던 추 의원이 외통위에 배정된 데 항의하며 농성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14일 오전부터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이유는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때문이었다. 상임위 배정 문제로 의원이 농성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추, 언론운동 경력…미방위 희망
교문위 활동했던 더민주 박홍근
20대도 같은 상임위 썼지만 탈락


그는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 20년가량 일하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언론 관련 업무를 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를 지원했지만 외교통일위에 배치됐다. 추 의원은 “언론 운동을 20년 이상 해왔는데 갑자기 외통위에 배치하니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놓아둔 격”이라고 반발했다.

현대차 노동조합 조직실장 출신인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 의원은 추 의원이 가고 싶어 하는 미방위에 배정을 받았다. 하지만 윤 의원은 “현장 노동자 출신이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려고 신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상임위 나눠 먹기가 결국 탈을 불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이 인기 상임위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이 유탄을 맞았다.

과정은 이랬다.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각 상임위 정원을 정했다. 산하기관이 많고 지역 예산 확보가 유리한 인기 상임위인 국토교통위는 31명, 산업통상자원위는 30명,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29명을 할당했다. 반면 비인기 상임위인 환노위는 16명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7명, 새누리당 6명, 국민의당 2명, 비교섭단체(20석 미만)나 무소속 한 명이었다.

비교섭단체나 무소속 의원들의 상임위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결정한다. 환노위 한 자리를 놓고 윤종오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희망하자 정 의장은 윤 의원을 미방위로 보내고, 미방위를 희망하던 추 의원을 외통위로 돌렸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역구 사업에 선심성 예산을 끌어당길 수 있는 알짜 상임위엔 30명씩 몰리는데 노동운동을 해온 의원이 전문성을 살려 환노위에서 일하겠다는 것조차 국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의도, 양심도 없고 오로지 탐욕과 교섭단체들의 기득권만 난무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반발은 더민주에서도 나왔다. 당초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를 지망했다가 미방위에 배치된 재선의 박홍근(중랑을)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초선 때부터 교문위에서 활동했고, 교육단체와 법안 발의 및 토론회까지 준비해 왔는데 난데없이 1·2·3순위도 아닌 미방위로 강제 차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재선 의원 중 미방위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고 희생해 달라는데 잘못된 배정 때문에 밤을 지새웠다”고 적었다.

전문성을 무시한 상임위 배분을 바로잡으려면 인기 상임위에만 많은 인원을 배정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3당 원내지도부가 상임위 정수를 고치고,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상임위에 배분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정원을 조정하면 다른 상임위 정원이 줄게 되고, 불만을 갖는 또 다른 의원이 나올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무소속과 형평성을 맞추느라 정의당이 원하는 모든 상임위에 의원을 배정하지 못해 추 의원 같은 사례가 생겼다”며 “상임위별 정원은 3당 원내지도부가 정해 오는 것이라 추 의원 등은 의장실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글=최선욱·이지상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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