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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관 변호사, 감형 로비 대가 4000만원 받은 혐의

중앙일보 2016.06.15 01:44 종합 14면 지면보기
판사 경력 10년이 넘는 부산지역 변호사가 감형 로비의 대가로 의뢰인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이 연루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로비 사건처럼 확대될 여지도 있어 부산 지역 법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건 의뢰한 도박사이트 운영자
형량 안 줄자 경찰 신고 … 긴급체포
해당 변호사 “돈 돌려줬다” 주장

부산 중부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변호사 김모(48)씨를 14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조타운 인근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은 A씨(35)의 항소심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다.

김씨는 A씨에게 “판사에게 로비할 자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달 초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서 A씨는 1심과 같은 형량이 선고되자 경찰에 김씨를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씨는 “A씨에게 돈을 다시 돌려줬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와 A씨 간에 오간 돈의 성격과 용도 등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해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A씨의 지인이 지난달 말 김씨의 사무실에 4000만원이 든 가방을 들고 가 김씨에게 전달한 정황을 확보했다. A씨는 감형이 성공했을 경우 3000만원을 추가로 김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이들의 진술과 정황 등을 통해 김씨가 A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이 돈을 실제 판사 로비에 사용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경찰 수사의 핵심이다. 당초 이 사건을 신고한 A씨가 현재 구체적인 진술을 꺼리고 있어 경찰은 녹취록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김씨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법조계 일각에서는 감형이 되지 않은 점을 들어 실제 판사 로비로 이어지지 않았거나 로비를 했지만 실패했을 수도 있다는 말들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지역에서 10년 넘게 판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전관 출신 변호사란 점에서 만약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일부 사실로 확인되면 ‘부산판 법조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가 수임료가 아닌 로비 명목으로 의뢰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김씨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부산 출신으로 지역에서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하다가 2014년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지역 법조계에서 형사사건 수임 실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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