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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장관들부터 친환경차로 바꿔라

중앙일보 2016.06.15 00:36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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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술
경제부문 차장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관용차는 ‘에쿠스 3800㏄’라고 한다. 국내 완성차 중엔 5000㏄도 있지만, 이쯤이면 기함급으로 손색이 없다.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부터 자리를 지킨 ‘장수 장관’이다. 그만큼 신임이 두터울 테니 일도 많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환경으로 나라가 들끓는 바쁜 때라면 차 안이 곧 집무실일 때도 허다할 것이다. 대형차를 탄다고 함부로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 윤 장관은 최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유차 규제’ 강화를 선포했다. 아울러 현재 3% 수준인 친환경차 보급도 30%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기름 많이 먹고, 배기가스도 많은 대형차를 고수한다. 물론 에쿠스가 논란의 경유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환경차’도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에게 “장관 차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충전소가 많지 않아 쉽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환경부가 둥지를 튼 정부세종청사에도 충전 시설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장관은 전국 곳곳에 다녀야 하는데 충전소 없는 곳이 많다”는 해명이 덧붙었다.

기존의 국산 전기차 주행 거리는 1회 충전 시 150㎞ 정도다. 내비게이션으로 정부서울청사~세종청사 거리를 재면 140㎞ 안팎이다. 냉방장치를 가동하고, 서행을 반복하면 차가 도중에 멈추지 않을까 불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인 191㎞를 가는 국산 전기차도 곧 나온다.

100%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전기모터·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카’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다른 친환경차로 교체하는 방안 역시 환경부는 당장 검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대화 과정에서 귀를 의심한 대목도 있었다. “전기차는 현재 단계에서 ‘세컨드 카’ 개념으로 보급한다”는 부분이었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성능의 한계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지금 선진국 완성차 업체들과 정부는 거의 ‘죽자 살자’로 전기차에 덤벼들고 있다. 일본 도요타가 자랑하는 수소전지 차량 ‘미라이(未來)’ 1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지난해 1월 직접 차를 몰고 거리로 나가 홍보맨을 자처했다. 기업과 정부가 이렇게 ‘짝짜꿍’이 맞는다. 일본이 ‘친환경 자동차 제국’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의 하나다. 일본에선 자동차 판매량 30%가 친환경차다.

친환경차를 늘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면 정책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그동안 권장하던 경유차에 갑작스러운 낙인을 찍은 건 물론이고, 조소를 자아냈던 ‘고등어 구이’ 논란도 마찬가지다. 많은 운전자와 어민·식당이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가장 큰 손실은 바로 환경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증폭을 자아냈다는 점이다.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성공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해 저항이 많은 게 바로 환경 정책이다. 역시 신뢰가 관건이다. 당장 장관들부터 친환경차로 바꿔 타라.

김 준 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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