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선희의 시시각각] ‘국민 미운털’ 된 검찰

중앙일보 2016.06.15 00:35 종합 30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양선희
논설위원

요즘은 검찰이 ‘국민 미운털’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뭘 해도 항간의 반응은 불신과 냉소 일색이다. 관심사는 하나다. 최유정·홍만표 변호사 전관예우 사건과 진경준 검사장 축재 의혹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냐는 것.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만 해도 그렇다. 혐의만 보면 오너 일가가 3000억원 이상의 배임·횡령에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에다 국부유출 의혹까지 시민사회를 격분케 할 내용이 망라됐다. 평소라면 재벌 비리 수사는 인기를 끌 만한 소재다. 한데 수사가 발표되자마자 ‘전·현직 검사장 비리에서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카드’라는 뒷말이 나오고, 신문 사설마다 이번 사건을 검찰 출신 비리 덮기용으로 활용하지 말라고 지적하는 등 냉담하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야 없던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 그 강도는 세도 너무 세다.

전관예우 사건의 경우엔 전관은 있는데 그들을 예우한 현관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점에서 불신이 증폭된다. 전관이 은행금고에 수십억원의 현금다발을 보관했든 오피스텔이 수백 채든 중요하지 않다. 항간의 관심은 전관과 현관이 힘을 합쳐 수십억원대 수임료를 낸 피의자들의 죄와 벌을 줄여 주었느냐다. 한데 최 변호사 재판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그에게 친절을 베푼 현관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최 변호사가 경찰에 억대 로비를 했다는 혐의가 흘러나왔다. 이에 시중에선 ‘판검사는 아니고 경찰이라니…’라는 반응이다.

그래서 검찰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전관예우를 한 현직 판검사는 홍·최 변호사가 진술을 해주지 않아 영장신청도 어렵고 수사진척이 안 된다.” 진술거부권은 법으로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다. 그런데도 진술이 없으면 수사를 못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통화기록 등을 확보해 현직을 조사했는데 1심에선 실형이 2심에선 집행유예가 되는 등 외양으론 의심 가는 사건도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더라”고 했다. 그는 롯데면세점 뒷돈 비리 수사가 전관예우 사건 물타기용이라는 일각의 반응에 대해선 “각기 다른 부서에서 하는 수사를 어떻게 서로 이용하느냐”고 되물었다.

현장기자도 롯데면세점 비리 사건이 물타기용으로 시작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수사 진행과정을 보면 홍만표 구속 다음날 전격 압수수색을 하고, 검찰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롯데 측의 증거인멸 혐의를 흘리는 등 이 사건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를 의심케 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수사의지’와 ‘수사 수단의 한계’를 지적했다. 반부패 범죄는 힘있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온갖 첨단 기법을 동원해 저지르기 때문에 진술에 의존하는 현 수사 수단으론 증거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수사권 강화로 대응한다는 것. 한 예로 프랑스에선 현행범의 경우 법원영장 없이도 검사 지휘로 증거 확보가 가능토록 했고, 유·무선 감청 등 사찰행위까지 도입했다. 물론 남용을 막기 위해 사법통제도 강화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시대에 뒤진 현 수사 방식으론 첨단화하는 범죄를 밝히기 어렵다며 ‘배째라’해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즉 수사의지가 없는 핑곗거리는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그러니 반부패 사건에 수사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없는 수사권 강화도 이번 기회에 논의돼야 한다는 거다.

어쨌든 장시간 성의 있게 답변해준 검찰관계자의 설명에도 내가 느낀 건 유감스럽지만 ‘검찰이 수사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답답한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이야 검찰이 “이 구역 미친X는 나다”라며 막무가내식을 선언한 것 같은 불신감을 느낄 수 있을 거다. 한데 요즘처럼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 검찰에 대한 불신은 우리 시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그래도 범죄에 대항하는 건 사법부이므로. 검찰이 하루빨리 신뢰와 권위를 찾기 바라는 건 그래서다. 지금 검찰에 필요한 건 이순신 장군의 충고일지도 모른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양선희 논설위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