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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제 용어] 빅배스(big bath)

중앙일보 2016.06.15 00:14 경제 8면 지면보기
틴틴 여러분은 목욕을 좋아하나요. 목욕은 개인도 하지만 기업이나 정치권도 한답니다. 물론 진짜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는 건 아니겠죠.

목욕하듯 해묵은 손실 씻어내
흑자전환 등 성과 돋보이게 해
CEO 교체 후 종종 단행하죠

회계적으로 해묵은 때(손실)를 한꺼번에 씻어낸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용어가 바로 ‘빅배스 회계(big bath accounting)’입니다. 과거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죠.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부임하면 가끔 본인이 취임하기 전 그동안 쌓였던 손실(누적 손실)이나 그로 인한 앞으로의 잠재적 부실까지 한꺼번에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부실을 일회성 비용으로 털어버리면 신임 CEO 입장에서는 과거의 과오를 본인이 책임질 필요가 없겠죠.

실적 턴어라운드(적자가 흑자로 전환되는 것)도 다소 용이해집니다. 기업의 일회성 비용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면 기저 효과(전년도에 실적이 나빠 다음해에 상대적으로 좋아보이는 효과)로 다음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신임 CEO의 성과 역시 돋보이게 됩니다. 이 때문에 빅배스는 회사의 CEO가 교체되는 시점에 종종 발생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이 CEO를 맡은 후 대대적인 빅배스를 단행한 적이 있습니다.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지자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빅배스’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NH농협금융지주가 보유한 부실채권 등 리스크가 큰 자산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빅배스는 정치권에서도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종종 임기 첫 해에 전임 대통령 시절 공개되지 않았던 문제를 부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거 정부의 부담을 새 정부가 안고 가지 않으려는 겁니다. 잠재적 문제를 임기 첫 해에 털어버리면 향후 갑작스럽게 해당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즉, 임기 첫해의 잘못이나 부진은 전임자에게 넘기면서 자신의 공적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죠.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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