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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쉬는 시간 한 일까지 쓰다보니 시간 관리 저절로 됐어요

중앙일보 2016.06.15 00:02 Week& 2면 지면보기
파주 한민고 2학년 류지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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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연양의 책상에 빼곡한 문제집 사이로 소설책·에세이집·시집 등이 꽂혀있다. 류양은 “공부가 안 될 때는 좋아하는 글을 읽으며 휴식을 한다”고 말했다.

| 시간대별 컨디션 파악해 학습 계획 짜
집중 잘 되는 시간엔 수학, 아침엔 국어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습관


아침 점호 10분 전에 기상, 저녁 점호 후 취침.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한민고(경기도 파주시) 학생들의 일과는 동일하다. 모든 학생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수업을 듣고 식사를 하고 잠을 청한다. 귀가는 한 달에 한 번이라 사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다. 24시간을 똑같이 보내는 아이들 사이에서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는 학생의 비결은 뭘까. 1학년 때부터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는 류지연(2학년)양은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류양은 “집중이 안 될 때는 책상 앞에서 무조건 버텨내는 것보다 쉴 때 쉬고, 스스로를 위로해가며 공부할 힘을 얻는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일기처럼 하루를 복기하는 플래너

류양은 매일 7시간씩 자습을 한다. 아침 식사 후 1시간 자습을 시작으로 점심시간을 쪼개 40분, 방과 후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자습을 이어간다. 류양만 특별히 많은 시간 공부하는 건 아니다. 기숙사 학교에서 생활하는 만큼 전교생이 같은 수업을 받고 자습량도 비슷하다. 류양은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보내는 게 성적을 올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 비법으로 학습 플래너 작성 습관을 꼽았다. 그는 “1학년 때부터 플래너를 성실하게 쓰고 있다”며 “친구들이 나의 공부 방법을 물으면 플래너 쓰는 노하우부터 가르쳐준다”고 얘기했다. 대다수 학생은 플래너에 자습 계획을 적고 달성률을 표시하는 정도다. 류양의 플래너 내용은 이보다 훨씬 자세하다. 자습 시간에 해야 할 공부 계획은 물론, 수업 시간에 배운 주요 내용과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다. 가령 수학 시간이 끝나면 ‘미적분 단원에서 함수 극한 부분을 배웠음’이라고 기록한다.

수업 태도도 적는다. 류양은 “플래너를 죽 읽다 보면 ‘처음에는 집중했는데 중간부터 졸았음’이라는 메모가 가장 많다”며 “이런 내용이 자주 눈에 띄면 ‘쉬는 시간에 매점 가지 말고 잠을 보충해 다음 수업에는 졸지 말자’거나 ‘수업 전에 미리 문제집 펼쳐놓고 배울 내용 훑어보기’와 같이 나를 다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다짐을 다시 적는다”고 말했다. 단순히 학습 계획을 세우고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라 일기처럼 하루를 복기하고 반성과 다짐까지 채워 넣은 것이다.

플래너의 장점으로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없어진 것”을 들었다. 류양은 “식사 시간 전후에 30분~1시간 정도 시간이 비는 경우가 많은데, 간단한 복습이나 단어 암기 등 사소하지만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들을 이 시간에 배치해뒀다”고 말했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오전 자습은 수능 모의고사 국어 공부 시간으로 정해뒀다. 고전 문학과 현대문학, 비문학 영역의 지문 중 1~2개만 골라 읽고 문제를 푼다. 점심시간도 곧바로 식사하는 대신 40분가량 오전 수업 내용을 복습한다. 저녁 점호 후 이어지는 심야 자습 시간에는 영어 단어 암기나 과학 탐구 영역을 주로 공부한다. 류양은 “플래너를 쓰다 보면 시간대별로 나의 집중도나 컨디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이 된다”며 “집중이 안 되는 시간에는 가볍게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 위주로 반복 학습할 거리를 정해두면 무심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공부를 계속 쌓아가며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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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문제집과 플래너.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답지를 수시로 보며 해법을 참고한다. 플래너는 일기처럼 일과를 빠짐없이 적으며 자신의 공부 패턴을 파악한다.

수학, 수시로 해답지 참고하며 풀어

류양이 가장 신경 쓰는 과목은 수학이다.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이어지는 자습 시간은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대여서 온통 수학 공부로 꽉 채운다. 류양은 수학 공부법은 ‘한 문제씩 풀고, 바로 채점하기’다. 대다수 학생이 수학을 공부할 때 한 단원이나 한 페이지 분량의 문제를 다 푼 뒤에 한꺼번에 채점하고 오답도 한번에 정리한다. 류양은 “고1 때까지는 여러 문제를 풀고 채점하는 식이었는데 올해부터는 ‘한 문제라도 꼼꼼하고 확실하게 풀자’는 생각에 공부법을 바꿨다”고 말했다.

공부 방법은 이렇다. 아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해답과 맞춰보니 답이 틀렸다면 문제집에 세모 표시를 하고 틀린 이유를 노란색 볼펜으로 적어놓는다. 10분 정도 고민해도 풀이법이 떠오르지 않는 고난도 문제는 문제집에 별표를 한 뒤 해답을 곧바로 참고한다. 해답지의 방법대로 직접 풀어보고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도 메모한다. 세모와 별표가 돼 있는 문제는 다음 날 전부 복습을 한다.

류양은 “수학 공부를 할 때 해답을 절대 참고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는데, 내 경우는 해답을 보고 어디서 막혔는지 빨리 확인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충분한 복습을 통해 자신의 실수와 약점을 확실하게 보완한다면 해답을 보는 게 나쁜 습관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 없는 과목은 영어다. 그는 “특히 독해가 잘 안 된다”며 “문장 구조와 어법을 정확하게 모르니, 단어의 의미만으로 대충 얼버무려서 문장을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 구문 노트를 직접 작성한다. 정확히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고, 문법 사항을 분석해 정확하게 해석해보는 연습을 하는 식이다. 류양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적 향상은 느끼지 못했지만 실력이 쌓이고 있다는 생각에 이 방법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는 교과서와 수업 자료로 받은 프린트물을 반복해 읽으며 흐름을 익히고 있다. 류양은 “한국사를 암기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세부 내용을 암기하기보다는 큰 맥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교과서와 EBS 교재, 프린트물을 최대한 여러 차례 읽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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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안 될 땐 쉬는 것도 비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류양은 “공부가 안 될 때는 과감하게 책을 덮는 것도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끔 정말 공부하기 싫은 날도 있고, 기분이 너무 우울한 날도 있다”며 “그때 꾸역꾸역 문제를 풀다 보면 스트레스만 쌓일 뿐 머릿속에 남는 건 없어 차라리 쉬는 편이 낫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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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양의 휴식 방법은 책상 위에 꽂아둔 시집이나 수필집을 읽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들으며 일기를 쓰는 거다. 잠을 자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다 보면 짧으면 5분, 길어야 30분 안에 다시 공부에 복귀할 수 있지만 한번 잠들면 몇 시간을 내리 꿈속에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깨고 나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플래너를 쓸 때도 온통 공부 얘기만으로 채우지 않는다. “가끔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노래 한 곡씩 다운받는 것도 플래너에 적어놓는다”며 “나를 위해 소소한 즐길거리를 찾아 실천하다 보면 기분 전환도 되고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귀가하는 날이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거나 서점에서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시간도 갖는다. 류양은 “어차피 수능까지 긴 시간이 남았고, 지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선물도 주고 다독이는 것도 자기 관리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책상 위 교재

○국어: EBS 수능특강 문학(EBS교육방송공사), 매일 지문 3개씩 푸는 비문학(키출판사), 기출의 고백(지학사), 한권에 잡히는 고전문학(블랙박스), 고전산문의 모든것(꿈을담는틀), 문학평가문제집(창비교육), 고2 모의고사 기출 모음집(영재교육), 단권화 문학(디딤돌), 마더텅문법(마더텅), EBS 수능알짜문법(EBS교육방송공사)

○수학: 수학의 정석 실력편_미적분1, 미적분2, 확률과통계, 기하와벡터(성지출판), 블랙라벨_수1, 수2, 미적분, 확률과통계(진학사), 마플_미적분1, 미적분2, 확률과통계(희망에듀), 쎈_미적분, 확률과통계(좋은책신사고), 수학의 바이블_미적분1, 미적분2, 확률과통계(이투스), 고2 사설모의고사(골드교육), 알파테크닉_미적분1, 미적분2, 확률과통계, 기하와벡터(티치미한석원)

○영어: 서울대 TEPS 기출(넥서스), 고난도 능률VOCA(능률교육), 어법끝(쎄듀), 통큰(해냄에듀), 씨뮬고3모의고사(골드교육), POWER UP(쎄듀)

○물리: EBS 수능특강(EBS교육방송공사), 마더텅(마더텅), EBS 뉴탐스런(EBS교육방송공사), 미래로(이룸이앤비), 숨마쿰라우데(이룸이앤비), 정원재물리(스카이에듀)

○한국사: EBS수능특강(EBS교육방송공사), 마더텅(마더텅)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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